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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컬럼 Big Data가 한의임상을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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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창업

-

Big Data가

한의임상을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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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생명과학(bio science)과 임상의학(medical science)이 만나 융합을 이루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의생명과학(biomedical science)’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소개한 오믹스 데이터의 내용물인 유전자, 단백질 등이 생명과학에서 다루어왔던 대상이라면,
전자의무기록(EMR) 데이터1)의 각종 임상 의료 기록들은 임상의학에서 다루어왔던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슷하게 생물학적인 문제를 정보학적으로 다루는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과 임상의료 데이터를
정보학적으로 다루는 의료정보학(medical informatics)이 최근 융합되면서 의생명정보학(biomedical informatics)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오믹스 데이터가 생물정보학이 다루는 핵심 데이터라면 전자의무기록 데이터는 의료정보학

(medicl informatics)이 다루는 핵심 데이터라 할 수 있습니다.

 

1) 전자의무기록(EMR, Electronic Medical Record)은
기존에 종이차트에 기록했던 인적사항, 병력, 건강 상태, 진찰,

입/퇴원 기록 등 환자의 모든 정보를 전산화하여 입력, 관리, 저장하는 형태를 말한다.

 

전국의

한의임상 진료현장에서

끊임없이 생성되는

빅데이터, 전자의무기록을

분석할 수 있다면

분명 훌륭한 대안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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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의무기록 (electronic medical record) 

 

만약 우리에게 완.벽.한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이 있다면, ‘수많은 병원에서 내원 및 입원한 환자의 다양한 데이터들이 정확하게 수집, 

구조화되어 클라우드에 연속적으로 저장되어, 이 자료를 의료인들이 손쉽게 열람, 분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그에 더해 ‘평균 환자’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을 이야기하는 무작위 대조군 연구(RCT) 결과에 매달리기보다,
눈앞의 환자와 가장 유사한 과거의 사례를 찾고 그들의 질병과 치료, 생과 사의 기록을 후향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더욱 유연한 맞춤형 치료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한의계에 완.벽.한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면, 

즉 ‘한방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진단과 치료에 대한 수많은 정보가 양질의
데이터로 축적될 수 있다면’ 끝없이 이어지는 한의계의 백가쟁명식 논의들이 마침내 합의점을 찾아
여타의 현대 과학 기술과 같이 가파른 발전 곡선을 그려나갈지도 모릅니다.
객관적으로 수집된 방대한 한의임상 빅데이터는 체질진단에 대하여, 오수혈(五輸穴)의 운용원리와
각종 보사법(補瀉法)에 대하여, 새롭게 유행하는 각종 진단법에 대하여,

어디부터가 가설이고 어디까지가 이론인지 연구자의 편향성에 구애받지 않고 주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환자들이 생리, 심리 지표, 약물 반응에 따라 5가지 클러스터로 나뉜다면,
혹은 이제마가 제안한 생리, 병리,심리적 특성과 약물 반응 관계가 어떤 체질에서는 일관성을 보이지만
다른 체질에서는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사상의학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빅데이터의 후향적 분석은 인과성을 입증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더욱 엄밀한 인과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를 괴롭히는 다양한 한의학적 의문에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답해주기를 기다리는것은 비현실적입니다.

무작위 대조군 연구는 큰 비용을 들여 외적 타당도가 떨어지는 한 가지 결론을 내려줄 수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전국의 ‘리얼(real)’ 한의 진료현장에서 끊임없이 생성되는 빅데이터, 전자의무기록을 분석할 수 있다면 분명 훌륭한 대안이 될 것입니다.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의 여러 제약


첫째, 데이터 표준화 문제

둘째, 개인 정보 보호 관련 규제

셋째, 데이터의 질(Quality)


물론 우리는 완벽한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임상현장은 빅데이터의 잠재력을 잘 알지만, 현실 속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다양한 제약들 때문에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첫째, 데이터 표준화 문제입니다.

 

각 병원이 공통된 표준을 이용하지 않고 개별적인 형태로 전자의무 기록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의료기관 간 정보가 호환되지 않습니다.

이 문제는 특히 국내 의료계에서 심각하게 지적되고 있는 문제로,

미국 등 해외 선진국과 비교 하였을 때 전자의무기록 시스템 보급률은 뒤지지 않지만,

글로벌 표준을 따르지 않고 개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한 결과 기관별 정보 호환율이 한 자리 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다기관의 데이터를 통합하여 빅데이터로 활용하기 위해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의 표준화는 반드시 시행되어야 합니다.

현재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적 장벽이 존재하는 상황은 아니며 최근 해결책에 대한 논의가 다각도로 이루어지고 있어 결국 극복하리라 전망합니다.

 

둘째,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규제입니다.

 

민감한 의료정보의 특성상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규제도 전자의무기록 기반 빅데이터 활용의 발목을 잡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개인 정보 보호법에 따라 병원의 환자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하는 비식별화 조치(익명화)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비식별화된 데이터를 결합하여 재식별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연 어느 정도로 비식별화가 이뤄져야 하는지 혼란이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정부에선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으나 내용의 모호함, 상위법과의 충돌, 법적 효력 없음 등의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하였습니다.

최근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분산형 데이터 관리 및 분석 방식’2)이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의료를 둘러싼 급격한 기술혁신과 여기에 대처하는 선진국 규제기관들의
긍정적인 대응을 고려해볼 때, 결국 안전과 효용 사이의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 가리라 낙관합니다.

 

셋째, 데이터의 질(Quality) 문제가 있습니다.

 

전자의무기록의 데이터는 과연 실제 진료 현장을 충실히 반영하고있을까요?
임상에서 전자의무기록은 환자의 정확한 진료 데이터라기보다는 ‘청구용’ 데이터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구체적인 의료현장을 모르는 분석가가 데이터의 내용만을 분석하여

결과를 도출한다면 의료인들은 그 결과를 신뢰하지 못할 것입니다.

양질의 핵심 진료기록들이 정형화된 구조가 아닌 자연어 형태로,

그것도 일관되지 않은 약어, 오타투성이로 작성된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인공지능의 한 분야로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NLP) 기술이 많이 발전하였지만,

의사들이 바쁘게 휘갈긴 제멋대로의 진료기록을 해독하기엔 아직 역부족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현재 양방의 의무기록에는 각종 혈액검사수치를 포함한

정형화된 데이터가 풍부하며 이런 정보를 표준화된 구조로

저장하고 분석하는 것은 현재도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2) 분산형 데이터 관리 및 분석 방식

각각의 참여 의료 기관들이 공통 데이터 모델(common data model,

CDM)에 기반을 두어 데이터를 저장하고, 빅데이터 분석 소스 코드를 

받아 데이터 분석을 완료한 후 이 결과를 다시 합치는 방식.

이 경우 각 병원 내의 개인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으므로 개인정

보 보호 문제에 대해서 원천적으로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한의계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의 어려움


첫째, 객관적 실측값 부족

둘째, 용어의 비표준화 문제

셋째, 데이터 입력을 유도할 수 있느냐

 

지금까지 전자의무기록의 빅데이터 활용을 둘러싼 일반적인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한의계의 상황은 어떨까요? 

일단 한의계의 전자의무기록도 앞에 설명한 보편적인 제약을 받고 있고,
여기에 몇 가지 한의계만의 치명적인 어려움이 더해집니다.

 

첫째, 객관적 실측값이 부족합니다.

 

대부분 한의임상 데이터는 일차적으로 의사의 주관적 필터를 통과한 후 만들어집니다.

변증명과 같은 진단명은 말할 것도 없으며 맥진, 복진, 설진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가능한 날 데이터(raw data) 자체를 입력하는 형태로 바꿔가야 합니다.

허용 오차내에서 재현성 있는 계측값을 낼 수 있는 기기를 이용하여 맥파, 혀의 이미지 데이터를 수만,
수십만 건의 날 데이터로 모을 수 있다면, 그리고 수십만 명의 질환과 치료 반응, 경과가 기록된다면 빅데이터는
자신이 얻은 맥진과 설진의 의의를 말해줄지도 모릅니다.

 

둘째, 증상, 병증, 치료 용어 등의 비표준화도 큰 문제입니다.

 

양방 역시 통일되지 않은 표현과 약어 사용 등의 문제가 있지만, 한의학 용어 사용의 버라이어티함은 양방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컴퓨터가 알아들을 수 있는 임상 용어의 표준화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는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다양한 학문적 배경과 신념으로 백가쟁명 하는 한의계가 표준적 임상 용어와 체계를 따를지 의문입니다.
어쩌면 과도기적으로 자율성을 존중하고, 유연한 입력체계를 허용하여 학파별로 맞춤화한

전자의무기록을 운영하는 것도 한가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다양한 형태의 진료기록이 누적된다면, 어떤 입력모델이 합리적이고
일관성이 있는지 검증하여 표준 모델에 대해 합의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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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데이터 입력을 유도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바쁜 진료 현장의 임상의들로 하여금 양질의 데이터를 입력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며 대학병원에서만 가능할 것이라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러나 로컬 한의원의 임상 정보 수집을 포기하는 것은 너무나 아쉬운 일입니다.

 

크게 두 가지 변수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보상(reward)과 비용(cost)입니다.

달콤한 보상이 필요합니다. 양질의 입력정보로 기여한 경우 타 의원과 통합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활용할 수 있는 보상을 줄 수 있습니다.
내원한 환자와 가장 비슷한 유형의 환자들을 데이터베이스에서 찾고 이들이 각기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경과가 어땠는지 볼 수 있다면 임상의로선 어느 정도 매력적인 보상일 수 있습니다.

비용이 비싸서는 안 됩니다. 전자의무기록을 통한 데이터 입력 절차가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모되고 높은 피로감을 유발한다면 참여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능한 대안은 의사가 마우스가 아닌 키보드의 단축키를 활용하여 구조화된 정보를 입력하는 것입니다.
실제 국내 한의대 연구진이 한의사를 위한 임상차트 마크업 언어3)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입력의 비용 문제는 최근 급격한 성능향상을 보이는 음성인식(speech recognition) 기술에 의해
갑작스레 해결될 수도 있습니다. 전문적인 코딩 언어를 익히는 대신 의사가 음성 언어로 구조화된 임상 정보를 코딩하게 하는 것입니다.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시스템이 인간의 음성인식 오류율과 같은 수준(5.9%)의 오류율을 달성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의사가 증상, 진단, 치료에 대한 내용을 나직하게 말하면 차트가 스스로 기록하는 장면을 상상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3) 마크업 언어(Markup Language)

문서의 논리 구조나 체제와 같은 문서의 서식 작성을 지정하거나, 문

서 내용의 색인 또는 찾아보기 작업 방법을 지정하거나, 문서 중 단어

나 구절 등의 어떤 요소를 같은 문서 또는 다른 문서 중의 요소와 연

결하는 방법 등을 지정하는 일련의 부호로 구성된 언어.

 

-TTA정보통신용어사전

 

마크업 언어는 이용자에게 유연한 입력을 가능케 하므로 다양성이 요

구되는 한의사들의 차트에 딱 맞는 선택일 수 있다. 간결하고 쉬운 문

법은 전문적인 프로그래밍 훈련 없이도 코딩을 가능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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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관건은

데이터를 만드는 주체들의

능동적인 참여입니다.


지금까지 한방 의료기관들이 쌓아온 임상경험 데이터의 99%는 휘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과거에는 그것이 아쉬운 일인지도 몰랐습니다. 진료의 경험은 주관적으로 종합되어 개개인의 머릿속에 관(觀)이 되었고,
그것을 후학들에게 전해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의학은 여전히 백가쟁명의 시대입니다.

지금 우리는, 인간이 다 훑어볼 수도 없을 만큼 방대하고 복잡한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순식간에 읽고, 발견하고,
예측하는 시대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런 기술을 쓸 수 있습니다. 문제는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컴퓨터에 입력해야 하는 데이터입니다.
환자의 몸을 통해 생생하게 나타나고 있는, 관념이 배제된 한의학의 날 데이터를 입력해야 합니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모아야 합니다. 이런 데이터는 한의계의 주인공인, 임상의만이 만들 수 있습니다.
다행히 최근 한의계 곳곳에서 한의임상 빅데이터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열정으로 뭉친 소규모 한의사 그룹부터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하는 대규모 사업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노력에 대한 기대만큼 불안과 우려도 큽니다.
성공의 관건은 데이터를 만드는 주체들의 능동적인 참여입니다.
더 많은 임상의가 임상 빅데이터와 한의계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희망합니다.

 

다음 글에선, 현재 의료 시스템에서의 빅데이터를 넘어 미래 의료에서의 핵심 데이터가 될 웨어러블 디바이스(무선 센서) 데이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다음 호에서 계속됩니다.)

 

Who is 김창업?

 

2007 동국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학사)

2014 서울의대 의학과 졸업 (박사/생리학 전공)

정보의학인증의 (Certified Physician in Biomedical Informatics, CPBMI)

현 가천대한의대 신경망 & 시스템 의학 연구실 교수

 

출처-On Board 2017 SUMMER 'Big Data가 한의임상을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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