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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속을 읽는 인바디
다음으로 체성분분석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체성분분석기에 대해서는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 분들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실 텐데요.
말 나온 김에 이 원장님께서 체성분분석기의 장점부터 말씀해주시겠어요?
비만(obesity)은 학문적으로 ‘체내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된 것’으로 정의합니다.
그런데 체중이든, 체질량지수든,허리둘레든, 지방의 양을 ‘직접적으로’ 측정하는 방식은 아니거든요.
반면 체성분분석기는 지방의 양을 직접 측정하여 계산합니다.
지방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계산하는 셈이니 비만을 판단하는 데 이보다 좋은 방식은 없죠.
‘인바디(Inbody)’라는 상품이 유명하죠. 일반인 분들도 ‘인바디’라고 하면 아실 분들이 많을 거예요.
‘프리마’나 ‘미원’, ‘스카치테이프’처럼 특정 상표가 한 분야 전체를 대표하는 경우라 할 수 있겠네요.
체성분 검사는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되어 임상에서 비만 평가 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방법으로
생체전기 임피던스 분(Bioelectrical Impedance Analysis, BIA)석을 응용한 기술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사실 체성분을 분석하는 방법이 인바디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임상에서 쓰이는 체성분 분석법으로는 이중 에너지 엑스선
흡수측정법(Dual Energy X-ray Absorptiometry,DEXA)이라든가 체지방 컴퓨터 단층촬영법(computed tomography, CT)도 있지요.
둘 다 엑스선을 이용하는 방법인데, 재현성이나 정확도 면에서는 생체전기분석법보다 오히려 더 뛰어납니다.
또, 수중체중법(underwater weighing)이란 것도 있어요. 몸 전체가 물속에 잠긴 상태에서 체중을 측정한 후,
이를 물 밖에서의 체중과 비교하여 밀도를 계산하고 체지방량을 측정하는 방법인데요.
체성분 분석법 중에서 가장 정확한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여건상 임상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방법입니다.
수중체중법을 한의원에서 구현하려면 대형욕조가 있어야 되겠군요.
욕조도 있어야 되고, 수건도 있어야 되고, 탈의실도 있어야되고….
수중체중법은 주로 연구 목적으로 사용된다고 보아야겠죠.
사실 일차 진료에서는 인바디만 사용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실적으로 다른 방법을 이용하는 것도 어렵고요.
이제, 생체 전기 저항 분석법의 원리에 대해 이야기해보죠.
‘생체 전기 저항 분석’이라는 말 그대로 생각하면 쉽습니다.
우선 신체에 미세한 교류 전압을 통과시키는 겁니다.
수분, 지방, 근육 등 조직에 따라서 저항(impedance) 역시 다르겠죠?
그렇게 다르게 발생하는 저항도를 이용하여 인체의 구성 성분을 다시 평가하는 방법이 바로 생체 전기저항 분석법입니다.
최근에는 단주파수 방법에서 세포외액과 세포내액을 따로 측정할 수 있는 다주파수 방법으로,
전신에서 저항을 측정하던 방식에서 신체 부위별로 측정하는 부위별 저항법(segmental BIA)으로 발전되었죠.
흠… 문과 출신인 저로서는 전혀 쉽지가 않네요. 조금만 더 쉽게 설명해주세요, 이원장님.
V=IR, 뭐 이런 거 중학교 때 배웠던 기억나시죠? 전압을 전류로 나눈 값이 저항이 되는 건데,
저항이란 전기가 안 통하는 정도라고 대략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항이 클수록 전기가 잘 안 통하는 거죠. 물 묻은 손으로 전기기구 만지면 안 되는 것은
수분이 전기를 잘 통하게 해서 감전될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그렇다면 사람 몸 역시 체수분이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전기를 잘 통하게 하기 마련이겠죠.
그런데 인체 내의 체수분은 대부분 근육에 저장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방법으로 근육량을 측정하고, 또 비례식을 통해 제지방량, 즉 지방을 제외한 량을 측정한 다음
이를 체중과 비교해서 체지방량을 측정하게 되는 것이죠. 자세한 내용은
인바디 홈페이지에 친절하게 설명해두었으니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오호. 대략 이해될 것 같네요. 그럼 세포외액과 세포내액을 따로 측정하는
다주파수 방법(segmental multifrequency BIA)은 뭔가요?
벌써 머리에 쥐가 날 것 같네요.
우선은 세포내액(intracellular fluid)과 세포외액(extracellular fluid)이라는 것부터 설명하고 넘어가야 될 것 같습니다.
간만에 아는 것이 나왔습니다. 이건 제가 설명드리죠.
대략 사람의 체중 중 60%는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체중이 70㎏라 가정하면 약 42ℓ가 물인 셈이죠.
이것을 세포막을 경계로 구획(compartment)을 나눈 것이 세포내액과 세포외액입니다.
세포 내부에 있는 체액이 세포내액이고, 세포 바깥에 있는 것이 세포외액이죠.
세포외액에는 간질액, 혈장, 체강액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일반적으로 정상인의 경우 세포외액과 세포내액은 1:2의 비율로 일정하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총체중의 40%는 세포내액이, 20%는 세포외액이 차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세포내액과 세포외액을 나누어서
측정하는 것이 비만을 평가할 때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이죠?
수분 상태의 변화가 생체 전기 저항 분석법(BIA) 상의
체지방률에 유의미한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에 의미가 있습니다.
BIA는 수분과 전해질 함량에 따른 전기 전도의 차이를 이용하여
수분의 양과 수분이 아닌 부분의 양을 구분해낼 수 있고,
또 수분이 아닌 부분 중 지방의 양을 측정해낼 수 있는 것이거든요.
제가 쉽게 설명드릴게요. 만약 인바디 측정 전에 물을 벌컥
벌컥 마셨다 칩시다. 갑자기 지방량이 변화하지는 않았을거란 말입니다.
그런데 물을 많이 마셨으므로 어느 정도 부종이 생겨났을 거예요.
즉, 몸이 부어서 세포외액이 늘어났다는 거죠.
그럼 전해질을 함유한 세포외액은 다른 저항값을 가지기 때문에
실제 지방량 측정에 있어서는 오류가 발생하게 되죠.
짠 것을 많이 먹었을 경우에도 비슷한 오류가 발생합니다.
삼투압에 대해서는 다들 아실 거예요.
염분을 과다섭취하면 세포외액의 염분이 물을
끌어당기게 되면서 세포외 부종이 유발되거든요.
저희도 환자분들을 인바디로 측정하다 보면 실제 현상과는 왠지 달라 보이는 결과를 많이 보게 되는데요.
아마 이러한 오류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분명히 열심히 식이 조절을 하고 실제 체중이 빠졌는데도 체지방이 많이 증가한 경우를 접하게 된다는 거죠.
말씀 잘해주셨습니다.
BIA에서 측정 가능한 제지방량은 다른 검사법과
비교할 때 7%, 보통 2~4㎏ 정도 오류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BIA 측정을 위해서는
사실 다음과 같은 가이드라인을 잘 지켜야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BIA 사전 검사 환자 가이드라인
- 검사 4시간 내 음식을 먹거나 음료를 마시지 말 것
- 검사 12시간 내 운동을 하지 말 것
- 검사 30분 내 소변을 볼 것
- 검사 48시간 내 술을 마시지 말 것
- 검사 7일 내 이뇨제를 복약하지 말 것
- 생리 중인 여성은 수분 함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검사를 금할 것
이러한 인바디의 한계를 실제 임상에서도 느끼고 계신가요?
이 부분은 실제 임상에서 인바디를 가장 많이 활용해
보신 곽 원장님이 잘 아실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로도 생체 전기 저항 분석법, 그러니까 인바디의 부정확성을 많이 실감하고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인체 내 저항을 통해 체성분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보니 저항을 변화시키는 각종 요소들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습니다.
예컨대 운동 직후, 샤워나 찜질 직후와 같은 조건에서는 체온변화나 혈류 속도의 차이가 저항에 영향을 주므로
측정치가 많이 달라질 수 있죠. 당연히 습도, 온도를 변화시키는 기후의 영향도 받게 되고요.
즉 피시험자의 상태에 따라 측정 오차가 발생하기 쉽다는 겁니다.
저의 경우 오차범위를 줄이기 위해서 환자별로 매주 1회, 일정한 시간에 체크를 하려 합니다.
또 한의원 오시기 직전에 운동이나 샤워, 찜질을 하시면 안 된다고 미리 말씀드리고 있어요.
하지만 임상에서 이를 다 지키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저희 한의원에서는 BIA 사전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검사 전에 되도록 소변을 보시게끔 합니다.
또한 생리 중에는 검사를 시행하지 않는 편입니다.
저희 환자들을 보니 소변을 보라는 말을 굳이 안 하더라도 누가 시킨 것처럼 소변을 보고 난 뒤 인바디 기계 위에 올라가시더라고요.
마치 시험을 보는 학생들처럼 긴장되어 보인다고 할까요?
조금이라도 체중이 감소된 성적표를 받아보고 싶은 것 같았어요.
그건 저희 환자분들도 마찬가지예요. 체성분 평가도 시험이라면 시험인가 봐요.
누군가에게 자기 신체의 비밀을 드러내는 일은 부끄러운 것이겠죠.
개인적으로 측정 오차 자체가 체중 감량의 큰 흐름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임상에서는 계속해서 체중이 감소되는 방향으로 환자를 인도하면 될 테니까요.
그보다 저는 다른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심박조율기(pacemaker)를 착용하신 분이라면 인바디 검사 자체를 금해야겠죠.
인바디에서 흘려보내는 전류가 그러한 생명 유지 기기들을 오작동시킨다면 다이어트가 문제가 아닐 겁니다.
놓쳤던 부분인데, 굉장히 중요한 사실이네요. 대화 정리할 때도 반드시 추가해둘게요.
BIA 금기사항
인바디는 다음의 기기에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다음과 같은 전자 의료기기를 신체에 착용 또는 부착하
고 있는 피검자는 절대 측정하면 안 된다.
- 심박조율기(pacemaker)
- 인공심장/폐와 같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사용하는 전자시스템
- 심전도와 같은 전자 의료기기
이 원장님, 감사합니다.
기기 오차에 관해 제가 겪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다이어트 클리닉 초기에 식이조절을 아주 잘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셔서 체중을 많이 줄여 오신 분들이 계셨는데요.
어느 날, 인바디 검사를 했더니, 체지방이 터무니없이 늘어난 거예요. 또, 이와는 반대로 분명히 살이 쪘는데
전에 비해 체지방이 감소되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요. 이상해서 인바디 본사 직원을 불렀죠. 확인해본 결과,
인바디 기기를 놓아둔 장소가 전자파에 많이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병원 내에서 전자파의 간
섭이 가장 덜한 곳을 찾아 그곳으로 기기를 옮겼죠. 그랬더니 그동안 발생했었던 오차가 많이 줄어들더라고요.
즉 다른 의료 기기로 인한 영향도 체지방 측정에 있어 오차를 만들어냅니다.
생각하지도 못한 그런 변수가 존재하는군요.
딱히 옮길 장소도 없는데 저도 인바디 기기 위치를 바꿔야겠네요.
여태껏 측정 오차에 대한 이야기를 참 길게 나누었는데요.
이제 임상적인 이야기로 넘어가 봅시다.
체중 측정은 어느정도 간격으로 실시하는 게 좋을까요?
앞서 말했듯이 저희 한의원에서는 1주일에 한 번씩 다이어트 한약을 처방하기 때문에,
1주일에 한 번씩 검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뭐 꼭 한약 처방 때문은 아닙니다.
측정빈도 수준이 높을수록 BMI가 더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거든요.
아무래도 동기 부여를 하고, 긴장의 끈을 놓지않게 하기 위해
적정 수준에 있어서의 체중 측정과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말씀하신대로라면 더욱더 자주 측정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저 역시 단기 감량 목표가 있을 경우에는 연거푸 이틀 간격으로 체중을 측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임상 경험상 너무 자주 체중을 측정하게 되면 감량자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요.
그리고 체중 감소폭이 적은 것에 대해 실망하기도 하기요.
그렇게 되면 이것은 역으로 체중 감량 의지를 떨어뜨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찾은 타협안이 주 1회입니다.
비유하자면 너무 잦은 시험이 아이들의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이야기가 너무 멀리까지 갔네요. 이야기를 슬슬 정리해보겠습니다.
비만 치료를 위해 임상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인바디는
생체전기저항을 분석하여 체성분을 분석해내고, 또 체중을 토대로 기초대사량의 근사치를 계산해줍니다.
하지만 인바디는 오차가 큰 기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전자 기기로 인해 영향을 받지 않은 장소에 기계를 두어야 하며,
BIA 사전 검사 가이드라인을 지키면서 두 번 이상 측정해 평균값을 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체중 감량 시 인바디 측정 간격은 너무 잦지도 너무 뜸하지도 않은 1~2주 간격을 제안해봅니다.
굳이 어떤 요일에 재야 하냐고 묻는다면 수요일로 하는 게 좋다고 권해줘야 합니다.
이렇게 오늘의 대화를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기계가 측정한 체질량 지수 변화, 체중 변화를 설명할 때 의료인들이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을 추가적으로 강조하고 싶습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사람의 심리가 그만큼 복잡하다는 뜻이죠.
예를 들어볼게요. 실제 체중 측정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올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체중 감량 과정에서는 해
당 주수의 측정 결과는 최종적인 실패나 성공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말 그대로 단지 과정일 뿐이죠. 그런데 체중이 오히려 늘었다거나 체지방이 늘어난 결과에 실
망한 나머지 체중 감량의 의지 자체를 잃게 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거라는 것이죠.
또 역으로, 부정적인 결과에 더 긴장하면서 열심히 체중 감량을 행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요.
이런 복잡한 개인의 성향을 파악해서 치료를 진행해 나가는 과정은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한 지금 세상에서도
여전히 인간만이, 그리고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의료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환자도, 의사도 기계는 아니니까요.
정말 훈훈한 마무리네요. 저는 실제 진료를 할 때 ‘비만’이라는 단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비만’이라는 용어는 아무리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려 해도 부정적인의 의미가 숨
겨져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과체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어쨌든 기왕 체중 감량을 할 것이라면 ‘불행한 다이어트’보다는
‘행복한 다이어트’를 추구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On Board 2017 SUMMER ' InBody read in b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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