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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컬럼 喜怒哀樂피부진료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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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생기한의원 강남역점

박치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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喜怒哀樂 피부진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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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예년에 비해 더욱 덥고 습했다. 이제 그 여름도 이제 끝나가고 가을이 시작된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이들이 많겠지만 그중에서도 아주 예민하게, 기막히게 그 변화를 몸으로 느끼는 이들이 바로 건선 환자들이다.

이들이 덥고 습한 여름에는 느끼지 못했던 건조함을 느낀다면 가을이 온 것이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건선 환자는 일반적으로 무척 착한 편이다.
습진 환자에 비해서 컴플레인이 거의 없고 한번 치료를 시작하면 끝까지 꾸준히 치료에 임한다. 

그러다보니 진료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착한 환자라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 

아토피 등습진성 피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와 건선을 앓고 있는 환자는 치료에 임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질환 특성이 성정(性情)에도 여지없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당연하기도 하지만 신기하기도 하다.

 

건선 치료를 위해 한 대학생이 나를 찾아왔다. 전공이 건축학이라고 했다. 

중학생 시절 시작된 건선은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하면서 더욱 심해졌다. 

그는 오랜 기간 스테로이드제 복용을 비롯한 다양한 치료를 받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건선은 점점 퍼져갔다. 

이제 마지막 희망은 한의학이라고 했다.

 

건선 환자들은 착하다는 편견 때문인지, 이 대학생의 눈망울도 선하게만 보인다. 그 선한 눈망울로 나를 꿈벅꿈벅 바라본다.

그렇게 건축학도와 나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사람이 착하다 보면 좀 미련한 구석이 있는 걸까? 

건선에는 일광욕이 좋다는 내 말을 듣고 어느 날은 전신에 허물을 만들어 왔다. 

아니, 일광욕을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그 일 이후 모든 환자에게 아주 자세히 일광욕 방법을 설명하는 습관이 생겼다.
운동과 반신욕, 그리고 일광욕.

 

건선 치료에 도움이 되는 보조요법을 그는 무척 열심히 행했다.
피부는 정직하다. 피부 치료는 정직하다. 열심히 애쓴 만큼 피부는 회복된다.

 

     
 

L.40 건선1)(Psoriasis)

 

정의

▶ 은백색의 인설을 동반한 구진을 나타내는 피부질환


감별진단 및 임상 체크 포인트

▶ 건선 병변은 경계가 분명하며 폄 쪽에 나타나는 반면 아토피 피부염은 경계가 불분명한 판이 굽힘 쪽에 나타남

▶ 만성적이고 예측이 불가능하며 치료에 반응하지 않을 수 있음

▶ 건선의 악화 혹은 유발요인인 피부 외상, 감염, 기후(겨울에 악화), 건조한 피부, 스트레스, 약물 등을 되도록 피함으로써 건

선을 예방하거나, 악화를 방지할 수 있음

▶ 초발 연령은 20대가 가장 흔하며 10대, 30대, 젊은 층에 주로 나타나고 유사건선은 중년에서 노년층에 발생하며 50대에 가

장 호발함

▶ 병변이 진행되면서 중심부 피부가 정상처럼 보이는 경우에는 진균검사로 체부백선과 구별해야 함

 

1) 충청남도한의사회. 임상 한의사를 위한 KCD 지침서. 대전 : 주민출판사. 2015.

 
 
 

 

 

건선이 많이 호전되고 있을 무렵, 그는 수업 과제로 한의원에 자주 내원하기 힘들다고 했다. 건축학과의 특성상 과제가 매우 많다고 한다.

게다가 마지막 학기라 밤을 지새우는 일도 잦았다. 침, 약침 치료는 정기적으로 받지 못하더라도 운동과 반신욕만은 꾸준히 시행하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러나 가을로 접어들어서 더 이상 일광욕을 하기 힘들어졌다.

 

안타깝게도 건선은 청춘과 함께한다. 찬란한 청춘. 한없이 놀아도 또 놀고 싶은 마음. 미친 듯이 연애하고픈 감정. 

꿈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하는 공부. 열정을 가득 안고 일하는 첫 직장. 가정을 꾸리고 품에안는 첫 아이. 

청춘 시절에 건선은 시작된다. 그리고 청춘과 함께한다. 이것이 건선의 숙명이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건선 치료보다는 당장 눈앞에 닥친 졸업과 취업이 우선일 수밖에…. 진료하는 입장에서 너무나 안타까웠지만 

나 역시 그랬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건선이 호전되는 시점에 나는 많은 건선 환자를 떠나보낸다. 아쉽지만 조금 빠른 이별을 한다.

 

이별은 늘 일방적이라 가슴이 아프다. 좀 더 치료를 지속하면 좋겠다는 말은 진부하고 식상하다. 

어차피 그 청춘도 나와 같은 마음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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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도와의 인연 1장이 끝나갈 무렵, 그가 내게 뭔가 보여줄 게 있다며 조그마한 외장 하드를 내밀었다.

 

“원장님, 이런 병원을 만들어주세요.”

 

그는 졸업 작품 중 하나로 건선 치료 병원을 주제로 작업을 했고, 그것을 내게 선물로 준 것이었다. 

나는 이러한 종류의 선물은 처음이라 어떻게 감사 인사를 건네야 할지 몰랐다. 그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무척이나 아쉽다. 

좀 근사하게 반응했더라면 좋았을걸. 나는 늘 이런식이라 선물 받던 순간을 되돌아볼 때면 늘 미안하고 아쉽다.

 

그는 이 작품에 많은 시간을 쏟았을 것이다. 애쓰고 노력했을 것이다. 밤을 꼬박 지새웠을 것이다. 

작품을 보니, 치료법에 관해 꼼꼼히 물어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일광욕하면서 화상을 입었던 안타까움도 작품에 묻어나왔다.

나 역시 많은 시간을 쏟을 것이다. 애쓰고 노력할 것이다. 밤을 꼬박 지새울 것이다. 

치료법에 관해 꼼꼼히 점검할 것이다. 일광욕하면서 화상으로 고생하지 않는 병원을 꿈꿀 것이다.

 

 

Who is 박치영? 

                                            

대전대학교 한의학 박사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겸임교수

중부대학교 피부미용학과 외래교수

생기한의원 강남역점 원장

                                            


출처- On Board 2017 AUTUMN ' 희노애락 피부진료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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