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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컬럼 화(火)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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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 = Tdb – [0.55 – (0.55 x RH/100)] x (Tdb – 58)


너무 덥습니다. 지구가 갈수록 더욱 더워지는 것 같아요.
무 더운 날 이런 수식을 보기만 해도 짜증나지 않나요?

이것은 1957년에 미국의 E. C. Thom이 고안한 온습도지수 (Temperature Humidity Index, THI)를 구하는 데 이용되는 공식입니다.
우리에게는 ‘불쾌지수’란 용어로 더 익숙하죠.
는 기온과 습도의 조합으로 사람이 느끼는 온도를 표현함으로써 사람이 느끼는 쾌적감을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공식이 나온 원리를 굳이 설명한다면 더 짜증이 날 것이므로 그러지 않겠습니다.
《On Board》는 수학 잡지가 아니니까요. 


그냥 다음 표를 보시죠.

 

 단계

 지수범위

설명 

 매우 높음

80 이상 

전원 불쾌감을 느낌

 높음

 75~80 미만

50% 정도 불쾌감을 느낌 

 보통낮음

 68~75 미만

 불쾌감을 나타내기 시작함

낮음 

 68 미만

 전원 쾌적함을 느낌

 

 

이 얼마나 미친 짓입니까? 덥고 습하면 짜증이 난다는 건 다들 몸으로 겪어 아는데

이걸 또 글로 분석해서 배워야 하니, 이쯤 되면 공부병도 말기 암 수준입니다.
사실 근대 과학적 사고에 익숙해진 우리는 뭐든지 인과 관계를 따져서
파악하려는 몹쓸 병을 앓고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봅시다.

 

A : “너 왜 그렇게 혀를 끌끌 차냐?” 
B : “짜증나니까 그렇지.” 
A : “뭐가 그렇게 짜증나는데?” 
B : “아 너무 더워서 짜증난다! 날씨가 미쳤네!”

대체로 사람들은 감정적 느낌과 그 감정에 동반하는 신체 변화들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슬프기 때문에 울고 기쁘기 때문에 웃으며 짜증이 나니까 혀를 끌끌 찬다는 식으로 말이죠.

이는 감정에 대한 인지주의(cognitive theory) 관점인데, 인지주의자들은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

내리는 주체의 판단(judgement)이 감정을 구성하는 주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능동적인 사고과정을 통한 상황 판단이 특정 감정으로 이어지게끔

인지 구조(cognitive structure)가 형성되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엥? 더 어렵나요?

이는 분명 일리 있는 관점이긴 합니다.
감정반응은 분명 어느정도 학습된 결과이기도 하니까요.
예를 들어 성인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에 적나라하고 야한 사진이 올라왔을 때 일부는 몹시 즐거워하는 반면,

일부는 공개된 곳에 상스러운 사진이 올라 왔다며 분노와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하겠죠.
이처럼 하나의 현상에 대해 각 개체가 상반된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 바로 특정한 
감정 형성에 인간의 사고과정이 개입한다는 증거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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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xteen faces expressing the human passions- coloured engraving by J. Pass, 1821, after Charles Le Brun 


그런데 인간의 기초 감정(basic emotion)도 그럴까요?
인간감정에 대해서 정식으로 연구한 초기 심리학자들 가운데,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자극적인 사건을 지각(知覺, perceive)한 개개인이 미처 감정을 느낄 새도 없이 심박 증가, 호흡변화, 발한 등

생리적인 변화를 즉각적, 자동적으로 경험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신체 변화에 잇따라 감정이 나타난다고 보았습니다.
1) 즉 신체 변화가 감정에 선행하며, 어떤 신체 반응에 대한 지각이 바로 감정이라는 것인데, 프린츠 (J. Prinz)는

이러한 입장을 신체적 감각 이론(somatic feeling theory) 2) 이라고 불렀습니다. 

 

「 1) James W. What is An Emotion? In: Solomon RC. What Is an Emotion?. 2nd ed. NY: Oxford University Press; 2003. 67 p.

  2) Prinz JJ. Gut Reactions: A Perceptual Theory of Emotion. NY: Oxford University Press; 2004. 5 p.   

 

 

분노, 공포, 기쁨 등과 같은 기초 감정(basic emotion)은 영장류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감정입니다.

기나긴 진화 과정을 통해 모든 생명체는 ‘위험’에 속하는 다양한 상황을 지각하게 됐을 때 심장박동

증가와 같은 신체의 여러 변화를 나타내는 형질을 획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인간은 다른 유인원처럼 개념을 이용한 인지적인 판단능력이 갖추어지기

훨씬 이전부터 진화론적으로 이런 기초감정을 갖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진화의 오랜 역사를 고려했을 때 우리는 언어능력 이전에 이미 감정을 갖고 있었고그 감정이 신빙성 있게

나타나기 위해서는 인지적 판단보다는 신체변화가 보다 더 직접적이고 신빙성 있는 것이었음이 분명합니다. 


더워서 짜증이 난다고요?
폭염 속에서는 짜증을 느끼기도 전에 항온동물인 인간의 몸에서 변화가 나타납니다.

열을 발산하기 위해 피부 혈관이 확대되면서 복사에 의한 체열방출이 커지는데,

이때 심장에서는 피부표면의 혈액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맥박이 빨라지고 심박출량을 증가시킵니다.

숨은 점점 가빠지고, 피부를 통한 발한(sweating)이 증가합니다.
땀 1㏄당 0.58㎉ 의 증발열을 체외로 방출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기초대사에 의한 체열발생을 감소시켜야 하기 때문에 식욕 부진이 오고 음식 섭취량이 감소합니다.
3) 말 그대로 화(火)가 나는, 즉 열(熱)이 나가고 있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죠.
상승된 체온을 발산하기 위해 체표가 붉어지고, 심장에 혈류가 몰리면서 답답하고 두근거리며 짜증이 납니다.

상대적으로 소화기로 가는 혈류는 줄고 가쁜 호흡으로 인해 수분의 불감 손실 (insensible loss)이

발생해 입이 마르고, 변비가 발생합니다.

이는 모두 화증(火症), 즉 화가 나는 증상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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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대해 신체가 적절한 반응을 나타나지 않을 경우 열경련(heat cramp), 열실신(heat syncope), 

열탈진(heatexhaustion), 일사병(heat stroke)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에 이는 생존에 위협적인 사건입니다.

기후에 따라 특정 신체 반응과 함께 특정한 감정이 야기되는 현상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생명체는 자연의 변화에 적응하며 진화해 올 수밖에 없으니까요.

요컨대 기후와 신체, 인간의 기본감정은 어느 정도 연결되어 있는 셈이며, 기후 변화에 따라 거의 즉각적으로

신체와 정지(情志)의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제 한의학에서는 인간의 감정을 자연에서의 날씨에 비유합니다.

한의학의 경전 《황제내경(黃帝內經)》 <영추(靈樞) 사객편(邪客篇)>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자연에 비바람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기쁨과 노여움의 감정이 있다.(天有風雨, 人有喜怒.)”

 


아마 한의학을 만들어 온 선조들은 인체 바깥의 현상들과 인체 내부 현상들 간에 연결 고리를 만들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서양 과학이 계속해서 구분 짓는다면 동양 과학은 계속해서 모든 것들을 통합시키고 연계시킵니다.

동서양의 과학을 대표하는 서양의학과 중국의학은 각기 서로 다른 고유한 문화와 세계관 속에서 발전되었고

그 결과 환원주의적 접근(reductionistic approach)이 발달한 서양 의과학(biomedicalsciences)은 해부학, 생리학, 조직학,

유전학, 생화학 분야에서 엄청난 지식을 생산해냈습니다.

반면에 현상학적 접근(phenomenological approach)이 발달했던 중국의학은 생체에 대한 전일론적(holistic) 이해를 만들어냈습니다.

4) 동양의 선조들은 여러 가지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자연과 현상을 이해하려 하였는데, 그 중 하나가 비류(比類)라는 방식입니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비교하여 분류한다는 것인데, 그것만으로는 정확한 의미가 와 닿지 않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 시를 잠깐 봅시다.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 윤동주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 중


「 3) 질병관리본부 국가건강정보포털. 기후변화에 의한 폭염 [인터넷]. 청주: 질병관리본부; 2015년 10월 13일 [수정 2016년 7월 15일; 인용 2018년 7월 3일].

  제공: http://health.cdc.go.kr/health/HealthInfoArea/HealthInfo/View.do?idx=14200.

  4) Schroёn Y, van Wietmarschen HA, Wang M, et al. East is East and West is West, and never the twain shall meet?. Science. 2014; 346(6216 Suppl): S10-2. 」


사실 내 인생에 가을 같은 것은 없습니다. 가을은 사계절 중에 일부이니까요.

그런데 한의학에서는 유년기를 봄, 청년기를 여름, 장년기를 가을, 노년기를 겨울에 배속시킵니다.

저 시에서 느껴지는 기본 정서는 어떤가요?

가을이라고 하면 쓸쓸함, 울적함, 차분함 등의 감정이 먼저 떠오르지 않나요?

그래요. 한의학에서는 노희사우공(怒喜思憂恐)의 감정 중 울적함을 가을에 배속시킵니다.

냉정히 따지자면 감정에도 가을 같은 건 없습니다만 우울함 등의 감정을 가을에 빗대는 것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흔하고 보편적인 비유이며, 비록 설명하기는 힘들지라도 내 몸이 실제 겪고 느끼는 일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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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대 입학하자마 영문도 모르고 암기했었던 오행귀류표(五行歸類表) 

 

 

‘비류’는 유비추리(analogical thinking)의 전형적인 사고 형식입니다.

‘노희사우공’의 다양한 감정 중 공포는 물에 배속하고, 춘하추동 중 겨울 역시 물에 해당한다고 보아

자연계의 사물, 사건들과 인체의 현상을 비교 해 같은 종류로서 짝짓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황제내경(黃帝內經)》이나 그 외의 한의학 서적을 볼 때 증상과 증상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할때에는 해당 현상을 자연계에서

유추한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의 범주 속에서 어느 하나에 배속시킴으로서 해석하는 방법을 더 많이 채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앞서 살펴본 것 처럼 나름대로 깊이 있는 통찰이 담겨 있어 얄팍하다고만 치부하기 힘든 것들이 많습니다.


소위 음양오행(陰陽五行)으로 대표되는 한의학 이론 체계에 대한 오해도 여기에서 어느 정도 풀어야겠습니다.

《On Board》를 꾸준히 구독한 분이라면 느꼈겠지만 한의학과 한의사 역시 해부생리학을 배우고

실체를 가리키는 용어를 사용하지, 모든 현상을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언어를 빌어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음양오행은 단지 기호일 뿐이니까요.

믈라디노프와 이제 고인이 된 스티븐 호킹의 공동 저서 《위대한 설계(The Grand Design)》에서 밝혔듯이

우주의 모든 면을 기술할 수 있는 단일한 수학적 모형이나 이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실재(real world)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모형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모형 의존적 실재론(model-dependent realism)’이라는 개념인데,

이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외부 세계에 대한 모형을 만듦으로써 감각기관에서 온 입력정보를 해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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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형 의존적 실재론(model-dependent realism)’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전기, 원자, 분자 등의 개념을 알고 있지만

이런 개념에 우리가 인지하거나 관찰할 수 있는 실재 형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원자와 분자를 보거나 느껴본 사람이 있을까요?

물론 그렇다고 전기, 원자, 분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화학책에서 보았던 분자모형, 원자모형 등이 없었다면 보통 사람으로서는

지극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원자, 분자 개념을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조차 없었을지 모릅니다.

사실 모형에 의존하지 않고 무엇인가의 실재 여부를 판단하기는 굉장히 힘듭니다.

요약하건대 잘 구성된 모형은 그 나름의 실재를 창조한다는 것이 모형 의존적 재론의 핵심입니다.


5)천재들의 말은 언제나 알아먹기가 힘든데요,

이러한 주장은 근래에 이루어진 인지과학분야의 연구 성과를 반영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의 뇌는 시신경을 통해 일련의 신호를 받아들이는데, 시각 신호를 뇌가 올곧이 다 받아들였기 때문에

사물의 모습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한 신호들은 결코 선명한 상을 만들지 않는다고 하네요.

착시 현상을 예로 들면 이해가 빠를 것 같습니다.

다음 그림을 보시죠.

 

「 5) 이충열. 한의학 이론 연구의 관점에서 살펴 본 ‘모형 의존적 실재론’. 동의생리병리학회지. 2015; 29(5): 353-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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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에서 사람의 얼굴을 찾아내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나요?

뇌로 들어온 미가공 데이터들은 상태가 아주 나쁘고 구멍까지 송송 뚫린 그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양쪽 눈에서 온 입력신호를 조합하고, 보정을 통해 구멍을 메우며,

더 나아가 2차원 데이터 배열을 읽어 3차원 공간의 인상으로 창조하기까지 합니다.

뇌는 뛰어난 모형 만들기 능력을 통해 정신적인 그림 혹은 모형을 구성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뇌가 외부 세계에 대한 모형을 만듦으로써 각 감각기관에서 온 정보들을 해석한다는 것이죠.

위 그림에서 사람의 얼굴을 발견한 뒤로는 더욱 더 사람의 얼굴이 뚜렷이 인식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마찬가지로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식물의 맛과 효능, 직접 보지 못한 인체

장부의 기능과 위상(位相) 등을 기호와 모형을 통해 설명했을 때 우리는

복잡한 현상들을 조금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실제 폐(肺)가 쇳덩어리(金)는 아니고, 실제 anger가 불덩어리(火)는 아니며, 실제 뼈가 물(水)은 아니지만

음양오행이 당시의 기호 체계 중에서는 현상을 세련되고 간명하게 이해시킬 수 있는 도구는 될 수 있었다는 뜻이죠.

이는 음양오행론이 현상을 직관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도구로서 나름의 유용성이 있었다는 의미이긴 하지만,

한의학은 절대로 음양오행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모든 학문은 언제나 발전하기 마련인데, 현대 한의학을 음양오행 안에만 가두려는 일부 세력의

치적 시도에 한의사로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화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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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텍스트를 접할 때 시대 상황을 인식합니다.

음양오행이란 기호 언어에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자연과 인간을 전일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현상학적으로 접근했던 고대 동양인들에겐 반드시 필요한 모델이었을 수 있습니다.

2014년 12월 《사이언스》 지의 부록으로 발간되었던 ‘The Art and Science of Traditional Medicine,

Part 1: TCM Today - A case for intergeration'에서는 모형 의존적 실재론을 화두로 꺼내며 다음과 같은 관점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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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체계 또한 동서양이 서로 구별되는데 서양에서는 환원주의적, 분석적 ‘모형’이 지배했고,

동아시아에서는 현상학적, 기술적(descriptive), 시스템 기반(systems-based)의 관점이 지배했다.

최근 서양의 시스템 사상가들이 발전시킨 시스템적 사고, 특히 이것을 의학과 생물학 분야로

확장시킨 시스템 생물학(systems biology)은 서양의학과 전통의학의 ‘모형들’

사이에서 과학적인 가교(scientific bridge)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화(火)’라는 하나의 단어로 묶을 수 있는 ① 더위, 그리고 더위로 인한 ② 몸의 열, 그리고

또 몸의 열로 인한 ③ 짜증에 대해 이야기하며 동양학이 자연에 접근하는 방식까지 알아보았습니다.

《소문 천원기대론(素問 天元紀大論)》6) 에서는 “오장에서 오기가 생화되면서

희노사우공이 발생한다(人有五藏化五氣,以生喜怒思憂恐)”고 언급하였습니다.

오지(五志)설과 장상(臟象)학설을 기초로 하여 오장(五臟)이 오기(五氣)로

나타날 때 함께 나타나는 본능을 한의학적인 관점에서 ‘정지(情志)’라 부릅니다.

7) 이는 희(喜), 노(怒), 우(憂), 사(思), 비(悲), 경(驚), 공(恐)의 7종 감정으로 확장되었고,

선조들은 정지(情志)의 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인체 변화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칠정(七情)학설을 발전시켰습니다.

8) 현대 한의학에서는 정지(情志)한 정서상태를 표현하는 포괄적인 개념의 특유한 명사로 9), 사람들이 외계사물 또는

현상을 접했을 때 나타나는 정감반응10) 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자신과 관련 있는 외계 사건을 대했을 때 이를 평가한 후, 자신의 수요와 사건이 어느정도 부합하는지에 따라

내재적인 마음 반응이 나타나고, 외부의 표정과 행동을 수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죠.10)

그러나 선후 관계와 인과 관계를 따지는 게 한의학적인 사고방식은 아닙니다.

짜증을 내는 것이 곧 화가 난 것이고, 더운 것 자체가 화이고, 몸에 열이 나는 반응이 바로 짜증이니까요.

때요, 한의학, 매력적이지 않나요?

더운 날 긴 글을 읽으면 더 화가 날 수 있으므로 이만 줄입니다. 총총……. 

                                                                                                                                                                                                           - 기획 《On Board》 편집국

 


「 
6) 양유걸. 황제내경석해(소문). 서울: 성보사; 1980. 50-2, 492-9 p.

  7) 張光霽, 張燕. 中醫七情病因槪念的源流. 中華中醫藥雜誌. 2010; 25(8): 1162-4.

  8) 이병희, 유승연, 박영배, 등. 七情으로 유발되는 病證의 유형 연구. 대한한의진단학회지. 2010; 14(2): 13-24.

  9) 전국한의과대학 신경정신과 교과서편찬위원회. 한의신경정신과학. 파주: 집문당; 2010. 30, 428-48 p.

10) 張志宏. 中醫理論下情志對人體健康的影響及調節. 中外婦兒健康. 2011; 19(8): 303-4. 」

 

 

 

 

 

출처 - On Board 2018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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