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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장, 꼭 부탁하고 싶은 환자가 있어서 전화했어. 예전에 같이 근무했던 원장님 아들이 아토피가 심한 가봐.

일단 그 원장님 전화번호 알려줄게. 한번 직접 통화해주시게. 꼭 좀 부탁하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문 선배의 간곡한 부탁에 나는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동료 한의사의 자제들을 많이 치료해왔지만 부담이 없을 수는 없었다.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원장님 목소리만으로도 현재 아이의 상태가 가볍지 않음을 바로 알 수 있었다.

통화가 길어지면서 점점 더 사태의 심각성이 느껴졌다.

그렇게 10분 남짓 전화 통화가 이어졌다.


원장님의 진료시간을 고려해서 환자의 첫 진료일은 다가오는 일요일로 정했다.

평일에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지인 환자들은 종종 일요일에도 진료를 봐드리곤 했다.

그래서인지 쉽게 일요일 진료를 결정할 수 있었다.


약속한 일요일 오전, 나는 건물 주차장 입구에서 서성였다.

차장 경비원은 아무래도 심기가 불편한 눈치다.

우리 한의원이 입주하고 있는 건물은 메디컬 빌딩이다.

일요일은 건물 전체가 휴진일이라서 손님이 온다는 것이 불편하고 신경 쓰이는 일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눈치를 보고 있을 때 차 한 대가 주차장으로 빠르게 들어왔다.


그 일요일, 주차장 입구에서 그 원장님과 사모님 그리고 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세 식구가 먼 거리를 오면서 무척 고됐던지 힘든 표정이 역력했다.

은 차안에서 아이가 가려움증으로 계속 울고불고 힘들어했을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이제 생후 5개월에 접어드는 어린 아이.

결혼한 지 7년 만에 품에 안은 귀한 아이였다.

한의사인 아빠와 교사인 엄마는 아이의 치료로 무척이나 갈등을 겪고 있었다.

처음에는 엄마도 아빠의 치료를 반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빠는 유명한 소아 프랜차이즈 한의원의 원장이었다.

오랜 경험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학문적인 자신감이 넘치는 분이었다.

하지만 아이의 아토피 치료는 빠른 반응이 보이지 않았고, 안타깝게도 엄마는 양방치료를 받고 싶어 했다.


가족을 치료할 때 신뢰를 얻는 것은 쉽지 않다.

부부 한의사인 우리 가족도 때론 갈등하고 고민하는데 교사인 엄마의 입장에서는

한의학적 치료를 온전히 신뢰하기가 무척 어려웠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나는 내가 할 수 있고, 반드시 해야 하는 역할을 명확하게 인지했다.

아이 엄마에게 자신 있게 말했다.

“믿고 6개월만 맡겨주세요.”


소아 아토피에 있어 치료가 가장 힘든 부위는 단연코 얼굴이다.

심한 진물까지 동반된 경우라면 가장 치료하기 어려운 케이스 중 하나라고도 말할 수 있다.

아이의 얼굴에서 금방이라도 터질듯 한 진물을 보면서

나는 조금 전에 내뱉은 6개월이라는 말을다시 주워 담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이기도 하다.

3개월은 짧고 1년은 길다.

그렇게 6개월이라는 말을 던지고 나는 아이 엄마의 눈동자가 흔들리길 기다렸다.


엄마는 많은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의 핵심은 2가지로 요약되었다.

과연 나을 수 있는지? 시간은 얼마나 걸릴지? 소아 아토피 진료가 그렇듯 같은 질문과 같은 답변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6개월이 지나서도 아이의 아토피는 깨끗하게 관해(寬解)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치료 과정 속에서 엄마는 한의학적 치료에 대한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매달 고심하여 내린 한약 처방전을 원장님께 전해드렸다.

그리고 일광욕과 반신욕을 비롯한 식이요법 등등 집에서 할 수 있는

많은 외용 조치와 일상 관리법도 함께 알려드렸다.

또 침치료와 약침치료를 권했다.

원장님은 정말 강직한 분이었다.

아이의 얼굴에 침치료와 약침치료를 직접 시술하기가 무척 힘들었을 텐데도 꾸준히 시술을 지속하셨다.


엄마가 먼저 의자에 앉고 아이를 엄마의 허벅지 사이에 앉힌다.

엄마는 양발로 아이의 두 다리를 저항하지 못하게 감싸듯이 고정하고 엄마의 한 손으로 아이의 팔과 몸통을 감싸 안는다.

리고 엄마의 한 손과 아빠의 한 손이 짝을 이루어 아이의 머리를 좌우에서 고정한다.

그리고 아빠는 남은 한 손으로 침과 약침을 시술한다.


거의 매일 이러한 치료를 견뎌야 했다.

세 식구는 참으로 힘든시간의 터널을 지나가는 중이었다.

짓물러버린 아이의 얼굴에서 꼬들꼬들한 각질이 덮이고 또 다시 진물이 터지고 이 지난한 과정이 반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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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은 아이를 치료하면서 사상의학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었다.

매월 전하는 나의 처방전이 주로 사상체질 처방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공부에 열심인 아빠 한의사는 처음이었다.

개월이 지나지 않아 원장님은 나의 처방전에 도움을 주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 원장님을 통해 새롭게 눈뜨게 된 부분이 많았다.

환아의 엄마와는 종종 문자 메시지로 대화를 나누면서 치료에 대한 확신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대부분은 원장님의 부탁 때문이긴 했지만.


그렇게 시간은 흘러 약속한 6개월이 지나갔다.

그리고 다시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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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원장님은 생기한의원 네트워크의 9번째 대표 원장이, 아토피로 고생하던 아이는 어엿한 초등학생이 되었다.

아토피로 고생했던 세 식구는, 이제 아토피 걱정 없는 네 식구가 되었다.

토피는 다소 힘들었던 과거의 기억이지만 더 많은 시간이 흐른 이후에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기고를 흔쾌히 허락하고 사진을 제공해주신 생기한의원 창원점 송성문원장님과 가족에게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글 박치영
                                                                                                                                                    편집 김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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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On Board 2018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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