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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컬럼 품위 있는 호르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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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스트레스에 해당하는 여러 자극에 대응하여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메커니즘을 작동시킨다. 
그 중 하나가 호르몬 조절이다. 

 

흔히 ‘사람이 갖추어야 할 위엄이나 기품’으로써 사용하는 ‘품위’라는 단어는 ‘물품의 질적 수준’이라는 뜻도 가진다. 

이번 기사에서는 신체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호르몬에 대해 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의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을 예시로 들어 알아보겠다. 

드라마의 대략적인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2017년 가을호 光:주리를 참고하시길… 이번 꼭 지의 각 박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각 다르다. 


 괴한이 벽돌을 들고 날 죽이려고 뛰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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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는 빠르게 교감신경을 활성화한다. 

부신에 있는 교감신경 종말에서는 에피네프린(epinephrine)이, 

온몸에 있는 교감 신경 종말에서는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이 분비된다.

동공이 확대되고,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급격한 순간 시상하부에서는 여러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그중에는 부신 피질 자극 

호르몬 방출 호르몬(Corticotropin Releasing Hormone, 이하 CRH)도 있다. 

이 CRH는 뇌하수체에서 부신 피질 자극 호르몬(Corticotropin, 이하 ACTH)을 방출하도록 촉진한다. 

몇 분 후, ACTH는 부신에 도달하여 당질 코르티코이드 (Glucocorticoid)를 방출시킨다.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이후 몇 시간에 걸쳐 스트레스 반응을 주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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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상황에서는 교감신경의 각성이 좀 더 뚜렷할 것이다. 

교감신경의 각성은 불안·경계에서, 당질 코르티코이드 분비는 우울에서 더 두드러지는 편이다.

에피네프린, 노르에피네프린,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스트레스 반응을 이끄는 3대 대표 호르몬이다. 

인체 내에서는 이 3대 호르몬들과 다른 호르몬들이 힘을 합쳐 다양한 활동을 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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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기억 안 나냐고 심문하는데,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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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스트레스는 기억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교감신경계는 혈류 중 포도당을 늘리고 해마를 더욱 각성시켜서 간접적으로 기억을 강화시킨다. 

당질 코르티코이드 역시 경미하게 상승할 경우 기억에 도움을 주며 특히 장기 기억을 강화한다.  

하지만 심한 스트레스, 장기적 스트레스에서는 반대현상이 일어난다. 

다량의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뇌기능의 혼란을 초래하며 해마 신경 

세포들의 능력을 저하시키고 해마의 퇴화를 촉진하기도 한다. 

결국 해마의 기능을 손상시켜 장기 기억을 저해하며 이는 기억 상실, 인지ㆍ불안 장애, 우울증 및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같은 스트레스 관련 정신병리 증상을 유발 할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로 인한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성인 해마에 있는 신경세포에서 희소 돌기 생성을 촉진한다고 한다. 

극심한 스트레스 경험이 그 당시를 넘어 여러해 동안 지속되는 기억 장애를 가져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아버지가 나를 무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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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남성의 생식체계는 다음과 같다. 

뇌에서 분비된 황체형성 호르몬 방출 호르몬(이하 LHRH)이 뇌하수체를 자극해서 황체 형성 호르몬(이하 LH), 

난포 자극 호르몬(이하 FSH)을 방출하고 LH는 고환을 자극해서 테스토스테론을 방출, FSH는 정자 생산을 자극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LHRH 농도가 내려가면서 LH, FSH가 감소하고 테스토스테론의 수준도 낮아진다. 

외과 수술, 질병, 기아와 같은 신체적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 저하, 굴욕, 괴롭힘과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에서도 이를 발견할 수 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서는 뇌하수체에서 프로락틴(prolactin)이 분비된다. 

프로락틴은 LHRH에 대한 뇌하수체의 감수성을 저하시켜 LHRH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게 한다. 

게다가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LH에 대해 고환이 반응하지 않도록 하는데, 

뇌에서 고환까지 영향을 끼친다니 아주 집요한 놈이다.


2014년 연구에 따르면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을 겪고 있는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프로락틴 수치가 높다는 결과가 있다.

흥미로운 점은 여성의 경우는 번아웃 증후군이 프로락틴 수치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으로 좀 더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발기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야 이루어지는데, 

스트레스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있는 중에는 결코 일어날 수가 없다. 

이 인물은 여러 면에서 아내 보기에 체면이 서지 않을 확률이 높다. 


형님이 간병인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내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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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생식체계는 남성보다 복잡하다. 

LHRH는 LH, FSH를 방출하게 한다. 

이 둘은 난소를 자극하는데, LH는 에스트로겐 을 합성하라고 하고, FSH는 난자를 방출하도록 한다. 

월경주기의 전반인 난포기에는 LHRH, LH, FSH, 에스트로겐 농도가 올라간다. 배란이 이루어지면 월경주기의 후반, 황체기가 시작된다. 

LHRH, LH, FSH는 감소하고 황체에서 생성된 프로게스테론이 우세하면서 자궁 내막을 성숙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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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혈중에는 소량의 부신 남성 호르몬(이하 안드로겐)이 흐르는데, 

이 안드로겐은 여성의 지방 세포 내의 효소에 의해에 스트로겐으로 변할 수 있다. 

기아로 인한 스트레스, 스트레스로 인한 식욕부진으로 몸 속 지방이 고갈되면 안드로겐은 에스트로겐으로 바뀌지 않는다. 

에스트로겐 농도는 줄어들고, 안드로겐 농도는 증가하면서 생식체계를 억제한다. 


과도한 운동과 같은 신체적 스트레스를 겪으면 뇌에서는 엔도르핀과 엔케팔린을 방출한다. 

이 둘은 LHRH가 방출되는 것을 방해해서 LH 수준을 낮춘다.(남성도 마찬가지다) 

프로락틴과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뇌하수체가 LHRH에 반응하지 않도록 하고,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난소가 LH에 반응하지 않도록 한다. 

알다시피 프로락틴은 모유 수유 시에 분비되는데 이로 인해 피임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피임 효과를 얻을만한 혈중 프로락틴 수준을 유지하려면 15분 간격으로 계속 수유해야 하니 참고하도록 하자.


스트레스는 위와 같이 다양한 성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여 배란의 가능성을 줄이고 

자궁 내막의 성숙을 저해하며 유혹성, 수용 성 성적 행위 모두를 억제한다. 


 

장기적인 스트레스로 이어지면 여성의 경우 시상하부-뇌하수 체-부신 축의 비활성화로 인한 질병, 

예를 들면 자가면역 질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공황장애를 일으키기 쉽다. 

반면 남성은 당뇨병 및 심혈관 질환 같은 이차 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더 높다. 


간병인이 비오는 날 나를 집밖으로 내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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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스트레스가 시작된 후 30분 정도는 교감신경의 활성화와 당질 코르티코이드로 인해 면역이 활성화된다. 

다만 오래 지속될 경우에는 면역이 억제된다.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흉선의 위축을 초래하고 흉선에서 새로운 림프구를 생성하는 것을 방해한다. 

인터류킨, 인터페론 등의 전달 물질 분비를 억제하기 때문에 림프구들이 보내는 감염 경고에 대한 반응 역시 저하된다.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림프구를 죽일 수도 있다. 

세포가 마구 분열하며 암으로 변하기 시작할때, 세포를 죽게 만드는 경로가 활성화되는데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이 메커니즘을 이용하여 세포의 자살을 유도한다. 


교감신경 호르몬, 엔도르핀, CRH 역시 스트레스 상황에서 면역을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기전은 명확하지 않다. 

 

이 학생은 30분 이내에 작은 아버지네로 뛰어가 작은 어머니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는다면 감기에는 걸리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간병인이 계속 괴롭힌다면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새로 들어온 간병인이 가정부인 나에게 명령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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셸리 테일러(Shelley Taylor)는 흔히 말하는 ‘투쟁-도피 반응’ 은 남성들이 스트레스를 다루는 방법이고 
남성과 달리 여성은 ‘보살핌-어울림 반응’으로써 스트레스에 대응한다고 주장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여성은 새끼를 돌보고 보살펴야 하기 때문에 공격, 
도피가 아니라 새끼를 돌보고 사회적인 협력 관계를 추구한다고 본 것이다.

테일러는 옥시토신(Oxytocin)이 ‘보살핌-어울림 반응’을 불러 온다고 봤다. 
옥시토신은 뇌하수체에서 출산 후 모성을 일으키고 젖의 생산을 촉진하는 
호르몬인데 실제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하수체에서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비 교적 가벼운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옥시토신이 스트레스 반응 을 완화시키고,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선 더 큰 고통, 분노로 유 도한다는데 쉽게 수긍하기는 어렵지만 카페에서 몇 
시간동안 계속되는 수다의 흐름을 생각해보면 영 이해가 되지 않는 바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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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바람을 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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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신경 활성화로 인해 식욕부진이 발생하면 성장기 청소년은 성장에 충분한 영양공급을 받을 수 없다. 
높은 수준의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성장 호르몬의 분비를 감소시키고, 성장 호르몬에 대한 신체의 감수성도 무디게 만든다.
게다가 칼슘이 뼈로 공급되는 것을 감소시키고 소장에서 칼슘 흡수를 차단하며 신장에서는 칼슘 배출을 증가시킨다. 
즉, 성장이 지연된다. 

하지만 스트레스에서 회복되고 적절한 양육이 이루어진다면 성장 역시 본래의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다.

남편이 새벽마다 운동한다고 해놓고 바람을 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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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과 스트레스는 물고 물리는 관계이다. 잠을 못자는 것이 스트레스가 되고, 

스트레스가 있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 

 

수면 시에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며 당질 코르티코이드 수준이 낮아진다. 

개면 시간이 가까워지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CRH가 방출되며 당질 코르티코이드가 증가하기 시작한다. 

스트레스로 인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CRH가 계속 분비되면 수면을 이룰 수가 없다. 

수면을 이루지 못하면 시상하부-뇌 하수체-부신 축을 활성화하여 CRH 분비를 촉진한다. 

환장할 노릇이다. 

 

만성적으로 수면부족을 겪으면 우리 몸에선 우울증 환자와 유사한 신경 내분비 반응이 일어난다. 

당질 코르티코이드의 수준이 높아지고 해마가 위축되어 기억력에 장애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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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처와 세컨드가 집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한집에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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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성화된 교감 신경계는 위를 수축시키고 소장의 연동운동을 중지시키며, 

시상하부에서 방출된 CRH는 식욕을 억제한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계속 된다면 교감 신경계와 CRH의 효과에 의해 식욕이 계속 억제될 수 있다. 

이때는 소화기로의 혈류량이 줄어들고 위산 분비가 줄어들어 위벽도 얇아진다.

 

스트레스 상황이 끝나고 회복기에 접어들면 CRH 수준은 낮아지고 당질 코르티코이드 

수준은 높아져서 식욕이 증가한다. 

회복기의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특히 내장 지방을 늘리는데 한 몫 한다.

흔히 말하는 사과형 체형이 되는데 이는 복부 지방 세포가 다른 부위의 지방 세포보다 

당질 코르티코이드에 대한 감수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BMI 지수가 높을수록 스트레스에 노출되었을 때 음식 신호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체형 변화도 부익부 빈익빈이라 할 수 있을까.

 

스트레스를 받는 기간 동안 얇아진 위벽은 회복기로 접어들면서 늘어난 위산에 적응하지 못하여 궤양이 생길 수 있다.

 

남편이 지금 바람을 피고 있다는 문자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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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상황에서 3대 대표 호르몬인 에피네프린, 노르에피네프린, 당질 코르티코이드와 글루카곤은 
함께 트리글리세리드, 글리코겐, 단백질을 유리 지방산, 글리세롤, 포도당, 아미노산으로 분해한다. 
에너지를 저장하는 인슐린 분비는 줄이고 그나마 혈액 속에 존재하는 인슐린은 당질 코르티코이드에 의해 일하기를 방해받는다.
 
현장을 잡으려했는데 실패하고, 계속 문자는 오고, 남편이 의심 되는 상황이 지속되면 앞에서 설명한 스트레스 
반응 때문에 근육이 줄어들고 혈류 속 포도당, 지방산 비율이 높아진다. 
이는 동맥 경화성 플라크 생성을 촉진하고 당뇨병의 진행 속도를 빠르게 하며 당뇨합병증을 유발한다.
 
만약 이야기의 주인공이 당뇨병 환자라면 주인공의 혈중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지방세포가 인슐린에 덜 민감해지도록 작용한다. 
일정한 양의 인슐린 주사를 맞고 있었으나 그 양으로는 충분치 않게 되어 인슐린 용량을 늘려야 한다. 
남편이 바람을 피지 않음이, 오해였음이 밝혀져 스트레스 상황이 끝나더라도 각 신체 장기마다 
인슐린 감수성을 회복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각자 차이가 나서 인슐린 용량을 낮추기가 쉽지 않다. 
몸의 대사 조절이 엉망이 된다.

임신했다. 아이의 아빠는 내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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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서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의 분비가 증가하면 자궁으로의 혈류량이 감소한다. 
이는 태아로의 산소 공급을 감소시킬 수 있어 유산의 위험성도 높아진다. 

산모의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태아의 순환계로 들어간다. 
태아의 뇌 일부에서 당질 코르티코이드 수용체의 수가 감소하게 
되어 태아는 당질 코르티코이드 수준이 높은 성인으로 자라게 된다. 
같은 스트레스를 겪어도 더 큰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고, 회복도 더디게 일어나며 
자폐증, 주의력 결핍 과다 장애, 정신 분열증과 같은 신경 정신병 장애뿐 아니라 
비만, 고혈압, 심혈관 질환, 대사 증후군을 겪을 위험도 증가한다.

산후에도 이런 스트레스가 계속 되면 자녀는 성장 호르몬 분비가억제되고 지속적인 성장장애를 겪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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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남자가 바람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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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스트레스가 똑같은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스트레스마다 개체마다 호르몬이 방출되는 양이 다르고, 방출되는 시간이 다르며 수용체의 감수성이 다르고, 
반응하는 속도가 다르고, 스트레스 상황이 끝난 후 회복하는 속도도 다르다.

남자와 여자가 다르고, 어린이와 노인이 다르다. 
쥐와 사람이 다르고, 얼룩말과 하이에나가 다르다. 
똑같은 스트레스라고 하더라도 스트레스 직후에 배출구가 있느냐 없느냐가 또 다르다.

원숭이 새끼에게 스트레스를 가한 후 어미에게 안겼을 때와 혼자 외롭게 두었을 때의 호르몬 수준은 현저히 차이가 난다. 
람의 경우 이런 배출구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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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잠적했다, 내가 피땀 흘려 가꾼 회사를 팔아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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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신경이 활성화하면 심장은 더 팽창하도록, 정맥은 더 수축 하도록 하여 심박출량이 증가한다.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뇌간의 신경세포들을 활성화해서 교감신경을 더욱 자극한다. 
심박수와 혈압이 올라간다. 
시상하부에서는 한걸음 빨리 대처해서 수분 손실을 막으려고 바소프레신을 분비하여 신장에서 
수분을 다시 재흡수한다.

만약 이 인물이 심근 허혈이 있다면 가슴을 움켜쥘 수도 있다. 
이는 심장 조직에 정기적으로 허혈이 일어나는 사람과 건강한 사람의 스트레스 반응이 다르기 때문이다. 
평소 심근 허혈이 있는 사람이 급성 스트레스를 겪으면 혈관확장을 일으키는 
EDRF(Endothelium-Derived Relasxant Factors)라는 호르몬과 프로스타사이클린(Prostacyclin)은 
분비되지 않고, 혈관 수축을 불러오는 엔도테린(Endothelin)과 세로토닌(Serotonin)이 분비된다. 
그 결과,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은 관상동맥을 확장시키는 대신 수축시키면서 극심한 흉통을 일으킨다.

평소에 반복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면 동맥 경화증이 있을 확률이 높다. 
에피네프린은 혈액 속의 혈소판이 서로 달라붙게 만드는데 이것은 혈관의 
손상부위에 달라붙어 동맥 경화성 라크를 만든다. 
이런 상태에서 위와 같은 상황을 겪으면 혈액이 세차게 흐르면서 플라크는 혈관에서 떨어져 나오게 된다. 
플라크는 혈류를 따라 흐르다가 작은 혈관을 막는다. 심근 경색, 뇌졸중이 일어난다.

아내가 죽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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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 개체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어떤 경우에는 불충분하게, 어떤 경우에는 과도하게 반응한다. 
게다가 젊은 개체에 비해 스트레스가 끝난 뒤 에피네프린, 노르에피네프린, 
당질 코르티코이드가 스트레스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데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린다. 
평소 스트레스가 없는 상황에서도 노령 개체는 높은 당질 코르티코이드 수준을 유지하는데 
이는 당질 코르티코이드의 분비를 조절하는 몇 가지 기능이 노화와 더불어 손상되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연령이 스트레스 반응에 관여하기도 하지만, 스트레스 반응이 개체의 노화 속도에 관여하기도 한다. 
단순 무척추 동물에서는 스트레스에 단기간 노출되었을 때, 스트레스 반응으로 인해 수명이 길어지는 현상을 관찰한 바 있다.
슬프게도이 현상은 포유류에서는 뚜렷이 발견되지 않는다. 
현대 사회의 만성적인 심리 스트레스는 노화와 관련성이 높다. 
특히 어린 시절에 발생한 만성 스트레스가 더욱 관련된다. 
어린 시절의 학대, 방치, 폭력은 텔로미어의 결핍 또는 단축에 영향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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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초반까지 해부학에 사용된 사체는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려 당질 코르티코이드의 혈중 농도가 높고, 
당질 코르티코이드를 분비하는 부신이 비정상적으로 커져있었다. 
해부학을 공부했던 의사들은 모든 시체의 부신이 컸기 때문에 그것이 정상인 줄 알았다. 
드물게 부유했던 사람들의 몸을 해부하면서 정상적인 부신 크기를 보았을 때, 
그 의사들은 작은 부신 크기를 보고 ‘특발성 부신 위축증(Idiopathic adrenal atrophy)’이라는 
이름을 붙여 질병으로 보고했다.

다양한 호르몬이 스트레스에 격동적으로 반응한다. 
빠른 반응으로 신항상성(allostasis)을 지켜주기도 하지만, 
장기적인 스트레스는 위와 같이 신체에 비가역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20세기 초반처럼 아직은 명확하지 않은 기전이 있지만 연구가 이어지면서 차차 밝혀질 것이다. 
의료인으로서, 사람으로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스트레스 상황에 반응하는 우리 몸을 ‘호르몬’을 중심으로 
풀이하려 하다보면 환자도, 자신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글 김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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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On Board 2018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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