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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후 경희의료원에서 순환신경내과 전공의 과정을 거치고, 

공보의 생활을 하면서 임상 논문을 가공하고 전달하는 일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한의약이 가깝게는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멀게는 

환자, 의사 및 보건당국에 의해 무시당하고 오해 받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겪었기 때문입니다. 

과학고등학교 졸업 동기들 중에는 유난히 의사 친구들이 많았는데 

학년이 올라가고 의사 면허를 따면서 대화 어딘가에 한의약에 대한은근한 비아냥이 섞일 때가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딱히 반박할근거가 없어 그때마다 말 못할 속앓이를 해야 했습니다. 

이 글의 독자들 또한 늘 부딪히는 일이겠지만, 병원에서 전공의 생활을 하면서 만난 많은 의사선생님들이 

한의약의 효과를 부정하고 위험한 치료법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기 때문에 환자들에게도 한의약 치료를 받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상황이 이러니협진을 하는 한방병원에 근무하면서도 한약 치료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고, 

환자들로부터 한약은 먹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기도 했습니다. 

치매나 난임 같은 국가 보건 사업에도 한의약은 늘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아주 예전부터 배제되곤하였습니다.

 

이런 상황을 바꾸어 가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끝에 임상 효과에 대한 근거 

논문을 찾아내어 알린다면 친구, 환자, 의사들과 정부를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근거중심의학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논문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공보의 때 민족의학신문의 

‘임상한의사를 위한 연구동향팀’을 기획하고, 근거중심한의학 블로그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일을 하다 보니 임상 근거를 가공하고 전달하는 사람에 머물지 않고 내 손으로 임상 근거를 직접 생산해서 설득하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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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경희대학교 한의약임상시험센터에서 ‘한의약임상연구학’을 전공하는 풀타임 박사과정 연구원 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각 대학마다 교수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원하는 연구를 마음껏 하기 위해서는 교수가 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교수가 될 가능성이없음이 거의 확실해지면서 다른 선택지를 찾아야만 했습니다.

마침 연구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연구자가 하고 싶어 하는연구를 할 수 있는 곳에 자리가 생겨서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교육연구부장과 연구개발팀장으로일을 합니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일을 자세히 소개하는 이유는 로컬에 계신선생님들이 

임상과 연구의 접점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임상연구에 관심 있고 연구직을 꿈꾸는 선생님들에게는 학교나 연구원 밖에서도 연구를 할 수 있는 

다른길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고 진로를 모색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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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진료와 전공의 교육과 연구


저는 병원에 근무하는 연구 중심의 임상의로서 기본적으로 입원, 외래, 협진 환자를 진료합니다. 

병원 내부에서 전공의 교육을 위한 staff lecture에 정기적으로 참여해서 전공 분야 질환이나 연구방법론에 대한 강의를 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병원이 중추신경계 환자나 수술 후 환자의 협진재활에 집중하고 있고  

저 또한 협진재활센터 소속이기 때문에 관련 환자들에 대한 연구를 전공의들과 함께 계획하거나 수행합니다. 

다른 수련한방 병원들처럼 전공의 선생님들과 증례연구, 문헌고찰 논문도 같이 출판한 바 있습니다. 

그 외에도 소아과 전공의 선생님과 야제 환아의 한의치료 경험에 대해 어머니들을 인터뷰한 연구 (질적 연구) 

논문을 출판하면서, 소아 한의치료의 장단점과 보호자들이 무엇에 만족하고 아쉬워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를 통해서 우리가 한의약 치료를 통해 무엇을 기대할 수 있고,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과대평가를 하고 있고, 

우리가 예측하지못했던 치료의 효과는 무엇이 있는지 탐색해 보고 양적인 연구를 기획하는데 활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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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그룹 내부 연구 계획 및 수행

 

요즘 도침을 임상에 활용하는 원장님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도침치료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안전성입니다. 

그래서 《On Board》에 도침에 대한 글을 싣기도 한 윤상훈 원장님과 함께 도침치료 안전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내 도침치료의 안전성에 대한 체계적인 문헌고찰 연구와 도침치료의 

안전한 자침 깊이에 대한 논문을 해외저널에 투고하여심사 중에 있습니다. 

한편, 도침치료의 안전성은 결국 잘 짜여진 ‘안전성에 대한 전향적인 관찰연구’를 통해서 입증해야 합니다. 

전향적 관찰연구는 현 시점으로부터 치료 대상을 추적하고 관찰하는 연구를 말합니다. 

이를 위해 한의학 연구원과 함께 도침치료 안전성을 평가하는 체크리스트를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한 도침 안전성 관찰연구를 계획하고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도침이 안전성 논란에서 벗어나 좀 더 임상에서 많이 활용되고 

임상근거를 생산하는 데 발판이 될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약에 대한 연구도 시작하고 있습니다. 한약진흥재단에서는 개원가의 효과적인 처방의 특허를 출원 하고, 

논문을 내고, 처방을 표준화하고, 세포/동물실험 결과를 확보하여 장기적으로 해당 처방의 산업화를 돕고 

한의계 공공의 재산으로 만들고자‘공공자원화 연구’를 발주합니다. 

그룹 내부에서 근골격계 질환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처방 중 하나인 청풍탕으로 공공자원화연구에 선정이 되었습니다. 

향후 청풍탕의 임상근거를 확인하기 위한 후향적 차트 리뷰 연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한 CY제약과 함께 청풍탕의 원료와 제조과정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청풍탕의 실험연구를 통한 최적 배합 비율과 효과도 확인하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제약회사와 함께 임상에서 많이 활용된 처방을 연구하여 한의사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한약제제를 개발하고자 합니다.


03. 협진의 근거 쌓기


병원급 교차고용으로 협진을 하는 병원들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료진 간의 불신, 한의약에 대한 신뢰 하락, 수가체계 미비 등등의 이유로 많은 곳에서 제대로 된 협진이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입니다. 

제가 있는 병원은 중추신경계 환자, 수술 후 환자의 협진재활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저는 전공의들과 협진재활센터 환자들의 치료 현황 조사, 설문연구를 통한 협진군/비협진군의 치료 만족도 조사, 

수술 후 환자들의 한의 치료에 대한 안전성 연구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의료현장에서 협진의 효용가치를 올리고, 한의사들이 의사와 환자에게 자신 있게 협진을 권하고, 

더 많은 환자들이 협진의 혜택을 받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04. 치료용 한약의 연구 개발


한약재를 이용한 신약 개발 연구를 수행할 때 기초연구 실험실에서 특정 한약(재)가 세포실험이나 동물실험에서 어느 정도 효과와 안전성을 보이면, 

제약회사와 협업하여 균질한 원료와 품질의 표준화된 제품을 생산하고 임상에서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한약의 더딘 대중화와는 별개로 한약재를 이용한 신약개발에 대한 관심은 뜨겁습니다. 

제가 소속된 연구소와 제약회사에는 한약재를 이용한 제품 연구개발 투자와 향후 산업화 및 임상근거를 확보 하자는 요청이 간혹 들어옵니다.

그리고 실제로 한 대학교 연구실과 무릎 관절염에 효과 있는 한약재를 발굴하여 투자 계약을 맺고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업을 하면서 어떻게 국가 연구개발 과제로 연결시킬지, 

어떻게 한의사가 쓸 수 있는 다양한 제품군을 만들지 등등 보다 확장된 고민을 하게 됩니다. 

기존에 한의학에서 활용되고 있는 임상처방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임상시험도 대전대학교와 공동으로 진행 중입니다.

 

05. 강의와 자문

 

제 전공 분야인 한의약임상연구에 관련하여 자문 요청이 들어오곤 합니다. 

연구 진행 방향에 관한 자문이나 정책/연구 과제 기획부터 논문 심사, 

칼럼 요청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연구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임상한의사들이 많지 않고, 

자문 인력풀이 아직은 넓지 않아 자문회의 등에 가면 눈에 익은 얼굴들을종종 만나게 됩니다. 

로컬 원장님들과 협업을 하게 되면서, 증례논문을 어떻게 쓰고 증례연구를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강의 요청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원장님들을 만나다 보니 생각보다 이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것을 느껴서 

올 5월에는 개원 한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증례논문 작성 보수교육을 계획하기도 하였습니다. 

협진재활센터 근무 경험과 관련하여 협진 치료의 현황이나 제안점, 향후 연구방향 등에 대한 강의를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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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로컬한의원과의 공동 증례연구

 

제가 연구를 시작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개원가의 치료기술의 근거를 단계적으로 쌓아가고 싶어서 였습니다. 

잘 짜인 디자인의 임상시험을 하는 것도 좋지만, 개원가에서 분명히 치료효과가 있는데 그걸 어떻게 평가하고 

자료를 모아야 하는지 몰라서 치료효과 자체를 부정당하고, 환자들이 치료기회를 박탈당하기도 하는 사례들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분들을 도와서 조그마한 자료부터 하나씩 쌓아가는 작업들이 저한테는 참 즐겁습니다. 

나 자신이 흔히 말하는 ‘임상고수’는 아니지만 내가 알고있는 임상연구에 관한 지식들을 통해 임상에서 효과적인 

처방이 객관적인 치료 근거를 확보할 수 있도록 밑바닥부터 도와주는 일이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암환자를 관리하는 한방병원의 의뢰를 받아서 논문을 만들 수 있도록 평가지표를 선정하고 

수집해야 할 데이터를정하고, 데이터를 입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부인과 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한방병원과 함께 한의약의 부인과 질환 치료 효과에 대한 전향적인 증례 관찰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연구계획서를 개발해서 국가공용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의 연구 심의를 통과하기도 했습니다. 

공자원화 연구를 지원해서 학생 때부터 좋아하던 선생님의 처방을 산업화할 수 있도록 

돕고 두 번 도전 끝에 연구과제에 선정된 것도 즐거웠던 일 중의 하나입니다. 

료효과에는 자신이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를 모르는 임상한의사들을 도와서 

차근차근 치료의 근거를 확립해 나가는 일이 저에게는 연구의 중요한 목표중 하나입니다.

 

대학부속병원이 아닌 수련병원의 교육연구부장으로, 대학교나 연구원이 아닌 기업연구소의 

연구개발팀장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조금은 자세히 설명을 드렸습니다. 

대학에서 연구를 할 때와는 다른 점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제약회사와 같이 일을 하다 보니 좀 더 산업화를 고려한 작업을 하게 됩니다. 

또한 기업이다 보니 의사결정이 비교적 빠르고 실행을 위한 지원 또한 적극적입니다.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풀타임 박사과정 연구원이나 연구교수로 일할 때보다는 좀 더 여유있고 연구의 인센티브도 좀 더 후한 편입니다. 

의사들과의 협진도 대학병원 교수님들을 상대할 때보다는 훨씬 더 수월하고 열린 마음으로 회신이 옵니다. 

그렇지만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있을 때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점도 있습니다. 

학계에서 멀어져서 최신 연구관련 정보에 늦습니다. 

이 일하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처음부터 가르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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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전체의 비전을 생각하면서 연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온전히 나만의 지적 호기심과 관심사만을 채우기 위한 연구는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립니다. 

제 전공분야의 연구만을 고집할 수 없고 다양한 분야를 지원, 기획해야 하기 때문에, 한 분야만 깊게 파고들기는 어렵습니다. 

또한,실험실이 없기 때문에 실험 연구 등을 같이 진행하거나 자문을받을 동료가 없습니다. 

환자 구성 면에서도 자동차 사고 후유증 환자 비중이 높고, 중증환자가 적어서 대학병원 환자와는 또 다른 편입니다. 

연구를 위한 행정적인 프로세스를 직접 부딪치면서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겠지만, 지속적으로 이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글을 쓰다 보니 제가 이 길에 들어선 이유, 그리고 여전히 제 관심을 끄는 것은 개원가의 치료기술의 

근거를 마련하고 산업화시켜서 한의계의 파이를 키우고 한의약 치료법이 건강보험에서 보장되는 것인 듯 합니다. 

예전에는 그걸 위해서는 대학이나 연구원에 들어가야만 했지만 최근에는 청연뿐만 아니라 자생, 

소람 등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연구 중심의 임상의사를 뽑는 병원 그룹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개원가에서도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한방 병의원을 중심으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논문을 써야 한다는 인식과 수요 또한 점차 늘어가고 있습니다. 

재능 있고 열정적인 동료 한의사들이 꼭 개원이 아니어도, 저와 같은 길을 걷고, 같은 고민을 나누고, 

한의계에 도움이되는 결과물을 산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하는 것이 제작은 소망입니다. 

그 때에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임정태

 

 

                                                                                               b23a92e172edc4f8a8b2f57f28f521eb_1536816689_0052.jpg
 

 

 

출처 - On Board 2018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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