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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컬럼 온보드가 만난 사람 – 워라밸 한의사 이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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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과 성공을 제 1의 가치로 여기던 지난 시대에는 사회도 개인도 앞만 보고 경쟁적으로 달렸다. 

보장된 미래가 없더라도 직업적인 안정, 경제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발적으로(!) 현재의 행복을 저당잡힌 채 모든 것을 유예하고 견뎌냈다.

2018년의 모습은 어떠한가? 성공과 물질을 추구하는 욕망의 뿌리는 여전히 건재하지만 

그 틈새를 비집고 다른 방식의 삶을 추구하는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 

일과 삶이 균형 잡힌 상태인 워라밸1) 에 대한 동경이다. 

그러나이 사회가 개개인의 삶을 보장해주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 아니기에 워라밸은 

그야말로 개인의 의지와 노력으로 만들어가야 할 이상(理想)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구나 경제활동으로 얻을 열매들을 어느 정도는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 그 어렵다는 워라밸을 본능적으로 실천하는 조합원이 있다. 

이번 호부터 <온보드가 만난 사람>으로 제목을 바꾼 한의정보협동조합 조합원 특별 인터뷰의 첫 번째 주인공, 

일명 #따라스타그램으로 온라인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이상진원장(서울 공릉동 보령한의원)이다. 

첫 만남에도 어색하지 않게 대화의 물꼬를 자연스럽게 터준 건 그의 인스타그램(이하 인스타) 이슈였다.

 

1) Work and Life Balance : 개인의 일(Work)과 생활(Life)이 조화롭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를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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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에서 인상적인 패러디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패러디를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전 원래 페이스북만 했는데 인스타를 하는 친구들을 보니까 재밌겠더라고요.

그런데 인스타의 특징은 사진이 있어야 해요. 그걸 찍으려면 맛있는 걸 먹거나 멋진 곳에 

가거나 아니면 복근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저는 아무 것도 없더라고요. 

‘그럼 난 뭘 찍을까’ 고민하다 저의 다양한 표정을 찍기로 했죠. 

그런데 실은 제가 쑥스러워서 셀카도 잘 안 찍는 성격이거든요. 

그러니 스스로를 설득할 명분이 필요했는데, 하루하루 셀카를 찍어 남기면 훗날 나의 노화 과정을 볼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일종의 노화 기록인 거죠. 그래서 #노화스타그램이라는 태그를 달고 시작한 거예요.

그런데 매일 한 장씩 강박적으로 찍다보니 표정이 늘 똑같아 지루하더라고요. 

변화를 주기 위해 표정을 달리해 찍기도 하고 어느 때는 이모티콘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러던 어느 날, 기지개를 켜다가 ‘어?’, 문득 박근혜 전 대통령이 떠올라 따라해 봤는데 사람들 반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완전 똑같다고. 그걸 계기로 #따라스타그램으로 변모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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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패러디 중에 내 마음에도 들고, 반응도 좋았던 패러디는? 


어차피 저는 사람들 좋으라고 하는 거니까 ‘좋아요’가 가장 많은 게 제 마음에도 들어요. 

초기보다는 나중에 올린 게 팔로워 수가 증가해서 ‘좋아요’도 많은데, 안경선배랑 전현무-한혜진 커플 패러디에 ‘좋아요’가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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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할 만한 결과를 만들려면 패러디 할 때 어떤 것에 신경을 써야 하나요?

 

원래는 ‘표정따라하기’ 콘텐츠였어요.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과 저를 비교해보면 헤어스타일도 똑같지 않아요. 

저는 머리를 내리지 않았거든요. 

이렇게초반엔 표정에만 집중했는데 계속 하다 보니까 다른 노력들을 하게 되더라고요. 

옷을 고려할 때도 있고, 가발도 두 종류 샀고, 립 틴트를 바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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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할 대상은 어떻게 정하나요?

 

처음엔 주로 비호감 정치인들을 따라했어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따라 했을 때 사람들이 완전 똑같다고 칭찬하는데 기분이 묘한 거예요. 

‘내가 똑같아? 그럼 잘한 건데?’ 싶다가도 ‘근데 내가 똑같다고?’ 이런 모순적인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어떤 분이 자기를 따라 해달라는 거예요. 깜짝 놀랐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그런 요청을 하니까. 

그럼 사진을 보내라고 했더니 우스꽝스럽게 나온 걸 보냈기에 아주 실감나게 따라했죠. 

그랬더니 무척 좋아하더라고요. 

그때 알았어요. 사람들은 따라하는 걸 싫어하거나 모욕적으로 느끼기보다 오히려 재밌어 하는구나. 

그렇다면 누구를 따라하는 지는 중요하지 않겠구나. 

그 다음부터는 호감, 비호감을 떠나서 이슈가 되는 사람들을 따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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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따라하다 보면 과장되게 하느라 망가지는 경우도 있지 않나요. 


따라하다 보니 여러 단계의 선이 있더라고요. 그 선을 계속 넘다보면 나중엔 망가지는 것조차 익숙해집니다. 

제가 따라하는 걸 보고 아는 동생이 립 틴트를 보내줬어요. 

처음엔 “뭐지? 어떻게 바르는 지도 모르는데 나보고 이걸 바르라고? 미쳤어?” 그랬는데 여자를 따라하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까 

점차 “어디 한 번 칠해볼까?” 이렇게 되고, 그걸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자발적으로 가발도 쓰게 되더라고요, 

이젠 망가지는 걸 신경 쓰지 않는 편입니다.

오히려 제가 더 많이 신경 쓰는 건 그걸 보고 누군가가, 특히나 조심스러운 건 당사자가, 상처를 받지 않게 하는 거예요. 

그래서 고인(故人)은 따라하지 않습니다. 

모 배우의 사진을 올렸었는데 자살해서 내렸어요. 망자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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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건 자신감의 표현인가요? 망가져도 나는 기본이 돼! 그런 식의?

 

무슨 말씀을요. 멘사에 엄청 잘생긴 친구가 나타나니까 다들 그 친구 주위로 모이더라고요. 

그날로 저는 잘생긴 건 내려놨습니다. 내가 잘하는 건 재미다! 앞으로는 그쪽을 강화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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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로 스타가 됐다는 걸 느끼거나 한의원 경영에 도움이 된다거나 그런 측면이 있나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따라스타그램을 하면서 느낀 건, 저의 성장은 늦는데 팔로워의 눈이 높아졌다는 거예요. 

이제 웬만한 건 반응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럴 때 생각을 하죠. 

‘그럼 나는 이걸 왜 하고 있지?’ 주변 사람들을 재밌게 해주려고 시작한 건데 재밌어하지 않으니까. 

제 상황이 이런데 주변에선 마치 제가 엄청나게 뜬 것처럼 생각해요. 한마디로 과민반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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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제의 중심에 선 이상진원장의 #따라스타그램,그동안 따라한 사람만도 100명이 넘는다.

 

 

한 편의 패러디가 완성되는 과정은 어떨까? 한정협 조합원을 찾아가 인터뷰 하는 

코너 〈온보드가 만난 사람〉을 신설하면서 코너를 대표할 이미지가 필요했다. 

인터뷰를 하러 가기전, 영화 《올드보이》 속 최민식이 “누구냐 넌?” 할 때의 

모습을 패러디 해달라고 미리 부탁을 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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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 원장은 아주 능숙하게 선글라스, 가발, 콧수염, 핸드폰을 대신할 리모컨 등의 소품을 준비하고는 원본사진과 

캠에 나타난 자신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비슷하게 보여야 할 포인트(!)”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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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따라하기’ 뒤에는 예리한 관찰력이 있음을 알게됐다.  

비단 표정뿐 아니라 소품이나 손의 미세한 위치, 머리카락 가르마의 방향에 이르기까지 프레임 속에 들어가는 모든 것에 대충은 없었다. 

어느 정도 됐다 싶을 때 사진을 찍고 다시 원본과 비교해 어색한 부분을 교정하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라면 저렇게까지 꼼꼼할 순 없겠단 생각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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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사진을 보면 핸드폰 셀카 각이 아니라서 누가 찍어주는 줄 알았어요.

 

책상을 보시면 오른쪽에는 마이크가 있고, 모니터 위쪽에 카메라가 있어요. 

모든 셀카는 처음부터 웹캠으로 찍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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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방에 들어설 때부터 궁금했는데, 진료실에 왜 이런 장비가 있는 건가요?

 

재작년에 여기서 게임방송을 했어요. 

원장실에서 방송하다가 환자가 오면 나가서 침놓고 그랬는데, 게임방송 시청자가 많지도 않았고, 

하다 보니 본말이 전도된 것 같아서 반년 정도 하다가 접었죠.

 

스스로를 ‘관종(관심종자)’이라 말하는 이상진원장의 가장 큰 무기는 역시 표정연기였다. 

소품들은 그저 거들 뿐. 사진기 렌즈를 통해 본 그의 표정엔 강렬함이 있었다. 

아… 이 정도는 돼야 관종도 할 수 있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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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 사진을 고른 다음, 소품을 활용해 꾸미고 촬영하는 과정을무한 반복한다.

 

 

연극을 한다고 들었는데, 표정연기에 유리하겠어요. 


제 아이디가 Playinghani 예요. 

‘연극하는 한의사’죠. 남들도 제 표정이 다양한 이유를 연극과 연관 짓더라고요. 

아무래도 연기를 하니까 그렇긴 하겠죠.

 

연극은 학창시절 때부터 했나요?


학교에 연극반이 없어서 학예회 때 했던 연극이 전부였어요. 

업하고 2011년쯤 직장인극단에 들어갔습니다. 

요즘엔 ‘서울시민연극제’에 출품할 작품을 준비하는데 제 배역이 마른 인물이라 다이어트를 하고 있어요.


이렇게 끼가 충만한(!) 분이 어떻게 진중한 한의학 공부를 했는지 의문이에요.  

어릴 때부터 끼가 있었나요, 아니면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타났나요? 선후 관계가 무척 궁금합니다.
 

몇 년 전, 공연 때 스태프로 일했는데 갑자기 무대진행을 맡게됐어요. 

공연 전에 관객들 들여보내고, 핸드폰을 끄라든가 하는 단순한 안내를 즉흥적으로 하는데 굉장히 좋은 거예요. 

제가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고작 진행 멘트를 하는데 사람들이 나를 봐주고, 

내가 하는 말에 꺄르르~ 꺄르르~ 재밌어하고 반응하니까 좋더라고요. 

그때 알았죠. ‘아, 내가 무대체질이구나.’ 근데 제 나이가 그때 벌써 서른 넷 이었거든요. 

‘야, 이걸 지금 알았으니 다행이지 중고등학교 때 알았으면 되게 곤란했겠구나.’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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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고로운 과정 끝에 얻은 한 컷

 

 

한의대에 들어갈 땐 어떤 한의사가 되고 싶었나요? 


집에서 보내서 간 거라 의료인으로서, 한의사로서 환자를 어떻게 치료하겠다든가 어떤 한의사가 되겠다는 구체적인 플랜이 전혀 없었어요. 

그렇지만 한의학에 대한 이미지가 신선하긴 했죠. 

우리 전통적인 것이기도 하고, 대단해 보이는 현대의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을 설명해주기도 하고, 옛 것이지만 오히려 참신한 이미지가 있었어요. 

기(氣)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고요. 

그런데 대학에 들어간 순간 다 깨졌어요.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엔 이게 학문이라고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실망을 했어요. 

저랑 도저히 맞지 않아서 학교에 안 나갔고, 그러다 유급을 당했죠.

 

그때 《On Board》 편집장인 이기성도 같이 유급을 당했어요.

다음날 시험을 보는데 저는 어차피 학교에 다닐 생각이 없어서 공부를 안 했고, 자기는 공부를 한 거예요. 

그런데 친구가 안 본 다니까 자기만 볼 수 없다면서 같이 시험을 안 봤어요. 그게 그친구의 의리였던 거죠. 참 철없던 시절이에요.

 

유급까지 당했지만 결국 졸업을 했네요? 


제가 00학번인데 스무 살 때 유급 경험은 다 했고, 방황하다가 2003년도에 군대에 갔어요. 

그때까지도 복학에 대한 의지는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군대에 있다 보니 한의대의 부조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부조리가 있더라고요. 

‘왜 군대에 왔느냐’는 얘기를 들어가며 피억압자로 지내다가 억울하게 영창에 가는 일이 있었어요. 

독방에서 하루 종일 아무 말도 못 하고 정자세로 앉아 《좋은생각》 류의 책을 계속 읽어야 되는데, 

내가 왜 여기에 와 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어릴 때부터의 인생을 돌아봤어요. 

여기에 있는 건 지금까지의 인생 결과물 일 텐데 그렇다면 뭐가 잘못되었나, 

어떻게 해야 되나……. 수학을 워낙 잘 했고 좋아하니까 수능을 다시 준비해? 

그런데 스물다섯 살에 시험 봐서 스물여섯에 수학과를 가도 머리는 이미굳었는데……. 

대개 수학자들은 평생의 결과물을 20대 중반까지 다 내거든요. 

저는 원래 직업의 안정성을 고려하지 않고 하고 싶은 걸 하겠다는 생각이 컸는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까 복학을 해야겠더라고요. 

나의 가능성 자체를 크게 보다가 자꾸 부딪히면서 많은 것을 내려놓게 되고 약간은 주눅이 들어서 내린 결론이었죠.

 

그리고 이젠 개원의가 되셨고요? 


웃긴 건 이거예요. 제가 복학하기 전부터 친형이 한의원을 운영했는데 왠지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어요. 

이미 한의대에 복학해서 다른 선택지도 없는데 개원은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는 거죠. 

어떻게 보면 인생이 엄청 꼬였죠. 지금 한의원을 하고있지만, 만약 다른 일을 할 기회가 있다면, 

그리고 현재 제가 버는 정도의 수입과 강도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저는 얼마든지 다른 거 할 생각이 있어요. 

이 직업이 안 맞아서가 아니라 제성향 상 어떤 직업이든 한 가지 직업으로 평생을 살기엔 주의가 산만하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사실 전 굉장히 행복한 한의사예요. 

이렇게 한가한 업장에서도 즐겁게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것만(!) 하고 싶지는 않은 거죠.

 

한정협 얘기를 좀 해볼까요? 조합원으로 가입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의리? 한정협 시작하기 전에 한의학 콘서트를 했던 멤버 대부분을 알아요. 

제가 관심이 없다고 해도 조합에 가입하지 않으면 민망한 입장이기도 합니다.

앗, 잠깐만!!! …………너무 좋은 글이 많고, 정말 저는 《On Board》 오는 날만 기다려요. 

세 달에 한 번, 이게 매달 올 수 있다면 더 좋을 텐데! 지난번에 질환별 정리를 했잖아요? 

혼자 이걸 하려면 힘든데 조합 차원에서, 물론 소수의 원장님들이 도맡아서 하지만, 

그래도 힘을 모아서 해주는 것 자체가 여러모로 고마워서 그에 대한 응원인 거죠.

 

한정협 조합원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조직이 왜 필요하다고 보나요?

 

조합원 대부분이 젊은 원장님일 텐데 요즘 트렌드와 한정협이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제일 싫은 것 중에 하나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한의사를 무당 보듯이 하는 거예요. 

합리적인 걸 찾는 사람들이 욕할 때는 안 좋은 의미로 그렇게 말하고, 또 한 편에서는 맥(脈)만 짚어도 

내 속까지 다 알 것 같은 신비로움을 한의사에게 기대해요. 

저는 그런 미신적인 것이 싫고, 남들에게 제가 그렇게 보이는 것도 싫어요. 

저는 합리적이고 회의적이고 과학적이고 비판적인 게 좋고 학문적인 부분에서는 특히나 더 그렇거든요. 

바로 한정협이 그런 분위기죠. 《On Board》에 실린글을 보면 대단히 근거중심적이고, 뜬구름 잡지 않아요.


그래서 《On Board》가 더 학술적인 것에 몰입하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그게 왜 의미가 있냐면 한의사를 무당으로 보는 사람들한테 이걸 봐라, 

젊은 한의사들이 만든 조합이 있는데 거기서 만든 잡지야, 

그러면서 보여줄 수 있잖아요.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거죠.

 

이렇게 학술적인 내용이 가득한 잡지가 일선의 한의사들 에게도 유용한가요?

 

사실 긴박하게 활용해야 할 때의 유용성 측면에선 떨어질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환자를 봤는데 처방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를 때, 

이 환자의 병변 기전이 확실치 않을 때 검색하고 알아보는 자료는 당장에 필요하고 유용하죠. 

반면에 잡지의 내용은 평상시에 알아두면 언젠가 떠오를지도 모르고 여러모로 유용한 정보이긴 하지만 긴박하지 않은 거죠.

그렇지만 많은 원장님들이 꾸준히, 열심히 보고 있고 이렇게 쌓인 정보가 나중에 여러 가지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보다 넓은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굉장히 유용한 잡지라고 생각합니다.


《On Board》의 발전을 위해 제안을 해주신다면?


쉼터에 들어가 보면 글을 잘 쓰는 원장님들이 많아요. 

따로 기고를 받기보다는 그분들에게 허락을 받고 여기에 싣는 건 어떤가요? 

그럼 독자는 재미난 글을 보고 편집하는 입장에서는 부담도 덜고. 원고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이미 잘 써진 것을 싣는방식이죠.


편집위원회에서 제안해보겠습니다. 혹시 필진으로 직접 참여할 의향은요?


작년에 갑자기 글쓰기에 꽂혀서 좀 썼는데 꾸준히 쓰는 게 쉽지않더라고요. 

글감이 항상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하지 않은 일을 그럴듯하게 만들려면 대단한 관찰력도 있어야 하고. 

글을 잘쓰고 싶긴 하지만 자신이 없기 때문에 필진으로 참여하는 건 어렵습니다.

 

한정협 얘기를 마무리하면서 한정협에 바라는 점을 얘기한다면?

 

조합원들이 모이면 너무 공부만 해요. 통 크게 와인파티!! 이런거 왜 안 해? 공부 말고, 좀 놀자고요!!

 

인스타그램 얘기로 시작해서 어느새 여기까지 오느라 본인 소개도 건너뛰었어요. 

지금까지 읽은 분들은 이상진원장님이 어떤 분인지 충분히 짐작하겠지만, 그래도 직접 들어볼까요?

 

소개는 언제나 어려운데… 저는 관종이고요, 노총각이고, 빈의고요, 재밌는 걸 좋아하고 찾아다닙니다. 

남들을 재밌게 해주고 싶어 하기 때문에 저를 알고 지내면 재미난 일이 많이 생길 겁니다.

 

여기까지 얘기하고 말이 끊겨 끝난 줄 알았는데,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자신이 쓰거나 발표한 

글들을 찾아서 다시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굉장히 ‘근거중심적인’ 자기소개였다.

앞서 다른 질문에 대해서도 성실하고 자세히 답변하는 태도를 보며 가졌던 느낌이 더 확실해졌다. 

이상진원장은 참으로 꼼꼼하고, 정확하고, 자신 앞에 놓인 것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제가 멘사회지에 쓴 글에는 “한번 뿐인 인생, 재미나게 살고자 노력하는 사람. 

그러나 장가 못 간 건 안 비밀.” 남들도 다 아니까요.


그리고 지난주에 참석한 컨퍼런스에선 PPT 세 장으로 3분 동안 소개했는데 한의원, 출근환, 인스타 세 가지로 했어요. 

“출근환 숙취해소제는 제가 먹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인스타에서 누군가의 표정을 따라합니다. 원하시면 따라해 드립니다.”


이상진원장의 인스타 아이디는 playinghani.

 

원본 사진을 제공하실 분은 이쪽으로!


원장님의 삶의 모토가 궁금합니다.


“fun is the best.” 재미가 있어야죠. 이렇게 저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에 얽매이기 보다는 그때그때 신나고 재밌는 일을 찾아서 하는 게 중요해요.


삶의 중심에 ‘재미’를 놓고 산다는 원장님, 이 타이밍에 그의 한의원 운영을 걱정했다면 나는 오지라퍼인가? 진심으로 걱정이 되어 물었다.

 

한의원 운영과 관련해서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뭔가요? 


한의원에 성실히 집중해서 자산을 쌓아야 하나 걱정이 될 때가있긴 합니다. 

그래서 몇 해 전에는 한의원 운영에만 집중한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바로 효과가 나타나면서 수익이 쭉 올라가더라고요. 

아, 하니까 되는구나 싶었죠. 그런데 그게 아주 오래 가지는 못 했어요. 

지금도 어쩌다가 한의원에 다시 올인 할까 고민하지만, 결국 인생은 흘러가는 대로 살다보면 어딘가에 닿게 된다는 결론에 이르러요. 

그럼 ‘뭘 또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요. 

제 성향인 거 같아요. 게다가 재미있는 것들이 정말 많잖아요?

 

한의사로서 자신을 평가할 때, 어디에 소질이 있는 한의사인가요?

 

환자들과의 친화력? 정다움? 그런데 저는 한의원을 하면서 되

게 민망하고 싫을 때가 있어요. 이것저것 다 해봐도 환자가 안

나을 때, 그 사람이 안 왔으면 좋겠고, 어차피 다른 데 가서도

안 될 거라는 건 알지만, 그럴 때가 제일 싫어요. 그래서 저는

 

빈의예요. 빈의 유전자는 타고 났습니다.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인터뷰 공식 질문 나갑니다. 여자친구 있나요?

 

없는 상태가 된지 1년 2개월째(2018년 3월 말 기준)입니다.

 

앞으로 생길 조짐은 전혀 없습니다.


이번 6호의 특집이 “호모 스트레스”입니다. 원장님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나요?

 

저의 놀거리는 워낙 다양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는 편이에요. 

연극도 하고, 기계체조도 하고, 인스타도 하고,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 기본적으로 사람들 만나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낙천적인 사람이랍니다.


이번 질문은 편집위원 찬스! 방탈출 고수라던데 몇 개나 탈출했고,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나요?

 

네,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고요. 70-80개 정도 성공했습니다.

 

질문을 받으니 갑자기 방탈출 하러 가고 싶어지네요.


편집위원 질문 두 번째, 멘사를 몇 점으로 통과했나요?


일단 저는, 156이에요. 그런데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서 말씀드리는데요, 

148이상이면 합격이고 최고가 156이에요.

테스트 응시자의 반 이상이 합격하고 그 중 반 이상이 156일겁니다. 

그러니 특별히 대단한 수치는 아닙니다.

 

<누구냐 넌?!>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인공으로 만나보고 싶은 조합원이 있나요?


한의학콘서트 때 많은 분들을 만나긴 하지만 여전히 어떤 분이 조합원인지 다 알지 못합니다. 

다음 호에선 우리 조합의 가장 연장자 선배님을 만나고 싶어요. 

그런데 이 인터뷰 규칙이 남→여→남→여로 성별이 교차해야 한다고 들었어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여성 조합원이겠죠? 어떤 분일지 저도 무척 궁금합니다. 나와 주실 거죠?


이상진 원장 삶의 모토에 걸맞은 즐겁고 유쾌한 인터뷰였다.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던 것이 이름을 불러주자 내게로 와 꽃이 됐다고 했던가? 

이상진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무색, 무취한 ‘조합원’이란 단어 대신 ‘이상진’님의 색깔로 한정협을 채우는 느낌이었다. 

앞으로 더 많은 조합원들을 만나 한정협을 더욱 다채롭고 풍성한 색으로 채워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취재, 사진, 글 안지위

                                                                                                                         《On Board》 편집실장






출처 - On Board 2018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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