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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컬럼 조금씩 잊혀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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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중에 걸려온 전화. 엄마였다.

“왜 일 년이 넘도록 엄마 보러 안 오니?”

엄마 집엔 지난 주말에 다녀왔다. 엄마는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저녁에 가겠다고 했다.

그날 저녁, 엄마를 보며 ‘치매’를 떠올렸다.


조금씩 잊혀져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특집 01. 


어느 날 똑똑 문 두드리며 찾아오는 달갑지 않은 변화, 치매에 대해 알아볼까 한다.

특히 치매 원인의 2/3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의 병리와

더불어 알츠하이머에 대한 시각 변화, 치료법의 변화를 살펴보고,

‘알츠하이머는 불치병’이라는 통념에 반박하며 치매 예방·치료 프로그램을 발표한

데일 브레드슨(Dale E. Bredsen)에 대해서도 소개할 것이다.

 

먼저 과거 사람들은 치매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살펴보자.



내가 누구인지 말해 줄 사람이 없느냐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는 노인의 인지 기능 저하를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로마의 키케로(Cicero, BC 106-43)는 인지 기능 저하가 노년에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노인의 쇠약은 노망, 광기 혹은 섬망으로 불리며 ……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의지가 약한 사람들에게만 나타난다.”

발병 원인을 ‘의지’로 잡아 우리가 보기에는 황당무계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 데 의의를 두자.

 

그 이후 치매 증상에 대한 인상적인 기술을 남긴 사람이 있다. 

누구일까? 역사상 처음으로 정신 이상과 치매, 정신박약을 구분한 이시도로(St. Isidore of Seville, 560-636)일까? 아니다. 

저서 《Medical Aphorism》에서 노인성 치매를 기술한 마이모니데스(Rabbi Moses ben Maimonides, 1135-1204)? 아니다. 

그렇다면 누구? 나도 알고, 당신도 알고, 모두가 아는 셰익스피어다. 

셰익스피어는 《리어왕》에서 초기 치매 증상을 훌륭하게 기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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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신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필리프 피넬(Philipe Pinel, 1745-1826)은 처음으로 ‘노인성 치매(senile dementia)’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는 노화 자체를 질병으로 보고 노화가 지적 능력과 도덕성을 붕괴시킨다고 생각했다. 

이후 베네딕트 모렐(Benedict Augustin Morel, 1809-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셰익스피어 연구회 역. 서울: 아름다운 날; 2005. 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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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어왕은 노년성 치매의 좋은 예시다 

 

 

 

1873)은 뇌 중량 감소가 치매에서 일관되게 나타난다며 치매와 대뇌 위축의 상관관계를 의심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아밀로이드 베타? ApoE4?


1907년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ysius Alzheimer) 박사는 치매 환자의 뇌를 부검하여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신경섬유 매듭을 발견했다. 

아밀로이드 플라크는 뉴런에 독성을 가진 펩타이드 아밀로이드 베타로 이루어져 있다. 

이 아밀로이드 플라크 때문에 치매가 발병하는 게 아닐까 하는, 아밀로이드 계통 가설(amyloid cascade hypothesis)이 이때 등장했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아밀로이드 전구체 단백질(Amyloid Precursor Protein, 이하 APP)에서 만들어진다. 

뉴런이 APP를 만들면 프로테아제가 APP를 자른다. 잘린 부분 중 일부가 아밀로이드 베타이다.

그림으로 떠올려보면 쉽다. 아미노산을 구슬로, 프로테아제를 가위라고 생각해보자. APP는 구슬을 엮은 기다란 줄이다. 

이를 가위로 자른다. 

자를 때 APP 중앙을 뎅강 잘라 두 부분으로 만들 수도 있고(sAAPα, αCTF), 자잘하게 잘라 네 부분으로 만들 수도 있다(sAPPβ, Jcasp, C31, 아밀로이드 베타). 

둘로 자르냐, 넷으로 자르냐는 뇌 속 화학 구성에 따라 달라진다.

APP가 네트린1(netrin-1)이라는 분자와 결합하면 두 부분으로, APP가 아밀로이드 베타와 결합하면 네 부분으로 잘린다. 

APP가 잘려서 생긴 아밀로이드 베타는 다시 다른 APP와 결합하여 새로운 아밀로이드 베타를 만들어 낸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프라이온 고리(prionic loop)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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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츠하이머 환자의 뉴런에서는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신경섬유 매듭을 발견할 수 있다. 

 

 

 

 

APP 중앙을 잘라 만든 sAAPα, αCTF는 시냅스를 연결하고 시냅스에 영양을 주며 뉴런의 자살 프로그램을 막는다. 

반면에 자잘하게 잘라 만든 sAPPβ, Jcasp, C31, 아밀로이드 베타는 시냅스를 사라지게 하고 뉴런을 쪼그라들게 하며 뉴런의 자살 프로그램을 활성화한다. 

후자가 알츠하이머를 유발한다. 유전자가 알츠하이머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아포지질단백질E4(이하 ApoE4), 프리세닐린1(presenilin-1), 프리세닐린2(presenilin-2) 등의 유전자가 있는데 ApoE4가 가장 유명하다. 

ApoE4 유전자는 APP가 내리는 시냅스 파괴 명령의 빈도를 늘리고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를 막는다. 

염증을 촉진하는 NF-κB(핵 전사 인자)를 활성화하여 염증 반응을 악화시킨다. 대부분의 사람은 한 쌍의 ApoE3 유전자를 가진다. 

이 경우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은 9%에 불과하다. 

하지만 ApoE4 유전자 형질을 가진 사람은 확률이 30%로 높아지고, 한 쌍을 가진 사람은 확률이 50%가 넘는다.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오랜 기간 동안 의학계는 뉴런 사이에 낀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했고, 실제로 제거하는 화합물을 발견한 적도 있다. 

과학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약제 수십 개를 만들고 수십억 달러를 들여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하지만 환자는 낫지 않았다. 오히려 나빠졌다.

콜린에스테라아제 저해제인 아리셉트(Aricept)를 처방하기도 한다. 

뇌 속에는 뉴런의 신호를 전달하는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있다. 

알츠하이머에 걸리면 이것이 줄어든다. 신경전달물질이 줄어들면 안 되지, 아세틸콜린을 늘리자. 

앗! 아세틸콜린을 분해하는 콜린에스테라아제라는 효소가 있네! 그렇다면 콜린에스테라아제 분비를 막자! 여기서 분비를 막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리셉트이다. 

미약하게나마 아리셉트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콜린에스테라아제 분비를 막으면 뇌에서는 더 많은 콜린에스테라아제를 분비한다. 

투약을 중단하면 증상은 더욱 악화된다. 게다가 설사, 구역질, 구토, 두통, 어지러움, 식욕부진, 서맥 등의 부작용도 감수해야 한다.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글루탄산염을 이용한 메만틴(memantine)이라는 약도 있다. 

이 약은 뉴런에서 다음 뉴런으로 이어지는 부정적인 신호를 차단한다. 

부정적인 영향은 줄어들지만, 기억 형성에 도움이 되는 뉴런 활동도 방해하기 때문에 인지기능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암울한 결과다. 그토록 오랫동안 수많은 돈을 들여 연구했음에도 2003년 이후 승인된 알츠하이머 약은 없다. 

2017년 런던에서 열린 알츠하이머병 학회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한 미국 치매연구 협회 데이비드 모건 회장은 

임상 진행 중인 다양한 치매신약이 2022년까지는 시장에 나올 수 있다고 발표했다고 한다. 

아직은 좀 더 기다려야 할 일인가 보다.


영화 《노트북》의 대사. 《노트북》은 치매에 걸린 아내에게 매일 일기를 읽어주는 남편의 이야기다. 

 

 

I am a common man with common thoughts*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퇴행성 질환의 세계적인 전문가, 데일 브레드슨은 알츠하이머를 새롭게 바라봤다. 

알츠하이머는 인간의 뇌가 제대로 기능을 못해서 생긴 결과가 아니라 시냅스가 축소되어 발생하는 자연스럽고 건전한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숨 쉬는 방법을 기억하기 위해 지난 주말 딸이 방문했던 기억은 잊어버리는 것처럼. 썩 달가운 현상은 아니다.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시냅스는 파괴, 새로운 기억을 위한 시냅스는 생성. 

건강한 뇌라면 파괴와 생성의 균형이 맞아야 하는데 알츠하이머는 이 균형이 파괴된 것이다. 

그 원인을 염증, 호르몬 불균형, 영양 부족, 독성물질이라고 봤다. 

환자마다 주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된 치료법을 적용하기보다 환자에 따른 치료가 필요하며, 

그 치료도 약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맞는 맞춤형 생활 수칙을 통해 치료·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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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브레드슨은 알츠하이머의 원인을 판단하고 치료하는 리코드(ReCODE) 프로그램을 창안했다. 

그는 리코드 프로그램의 임상시험을 지지해 달라고 유명 알츠하이머 기관에 요청했지만 거절 당했다. 

임상시험 체계가 통합적인 리코드 프로그램과는 맞지 않았던 것이다. 

알약이 아니라 전반적인 생활습관의 변화이기 때문에.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는 없었지만 환자에게 바로 적용하여 200명이 넘는 성공사례를 쌓았다. 

200명이 적은 숫자일까? 알츠하이머 협회는 “2003년 이후 승인된 알츠하이머 약은 전무하며, 

이미 승인된 약은 병의 진행을 막거나 늦추는 데 효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 정말로 200명이 적은 숫자인가?

프로그램은 아주 방대하다. 혈액검사 결과와 나타나는 증상에 따라 복용해야 할 영양제, 제한해야 하는 식품, 생활습관까지 지시한다. 

살짝 팁을 주자면 건강한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이 포함된다. 

아, 물론 이것만 있지는 않다. 더 궁금하다면 데일 브레드슨의 저서, 《알츠하이머의 종말》을 참고하시길.



This has always been enough.*


그렇다면 한의학에서는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에서는 노년의 치매 행동심리증상(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 이하 BPSD)에 일차적으로 억간산을 처방한다. 

억간산이 BPSD를 개선하고 비정형 향정신병 약보다 부작용이 적다는 발표가 있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감초에 의한 가성 알도스테론증이 있을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반하백출천마탕도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유효하다는 연구가 있다. 

반하백출천마탕에 함유된 천마는 약리학적으로 항불안, 기억학습 능력 개선, 신경세포 보호, 아밀로이드 베타 독성에 대한 방어작용을 한다. 

Yoshiharu의 연구에서는 4주 동안의 복용으로 인지기능 개선이 유효하게 일어났다고 보고한다.

 

데일 브레드슨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발병에는 36가지가 넘는 요소가 관여한다고 한다. 

이런 복잡한 현상을 다스리는 데는 증상에 종합적으로 접근하는 한의학 치료가 적절하지 않을까. 

초고령화 사회에 곧 진입할 우리 사회에서 치매에 대한 한의학 연구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화 《노트북》의 대사. 

                                                                                                                                                                              글_김상희  

                                                                                                                                                                                                                          나무늘보 뺨치는 집순이

   

                                                                                                                                                                           그림_이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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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일 브레드슨. 알츠하이머의 종말. 박준형 역. 서울: 토네이도; 2018.

- Qizilbash N, Schneider LS, Brodaty H, et al. Evidence based Dementia Practise. NJ: Wiley-Blackwell; 2002.

- Terry RD, Katzman R, Bick KL, et al. Alzheimer’s Disease, 2nd ed. Philadelphia: Lippincott Williams & Wilkins; 1999.

- Boller F, Forbes MM. History of dementia and dementia in history: an overview. J Neurol Sci. 1998; 158(2): 125-33.

- Berchtold NC, Cotman CW. Evolution in the conceptualization of dementia and Alzheimer’s disease: Greco-Roman period to the 1960s. Neurobiol Aging. 1998; 19(3): 173-89.

- 西山 直樹, 竹下 雅子, 田中 健一郞, 等. 抑肝散による著明な低K血症で緊急入院となった81歲女性認知症患者の1例. 日老醫誌. 2011; 48(5): 553-7.

- 岩崎 鋼, 佐藤(中川) 琢磨, 丸山 將浩, 等. 抑肝散の老年期痴獃における行動および心理的癥狀(BPSD)とADLに及ぼす效果,觀察者盲檢ランダム化比較臨床試驗. 日本老年醫學會雜誌. 2005; 42(1): 124.

- 中江 啓晴, 熊谷 由紀繪, 小菅 孝明. アルツハイマー型認知症に對する 半夏白朮天麻湯の有效性. 日本東洋醫學雜誌. 2013; 64(2): 104-7.  

 

 

출처 - On Board 2018 AUT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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