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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컬럼 역류성 식도염의 패러다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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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17일,

유독 얼굴이 하얗던 35세 여성,

최xx 님이 한의원에 찾아왔다.


단아하고 차분한 이미지의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본인의 증상을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말수가 많은 편이 아닌지라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다시 하나하나 추가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추적해 나가야 했다. 

주소증(主訴症)은 속 쓰림과 심번(心煩,heartburn). 

3개월쯤 전부터 가슴 부위로 뜨거운 것이 올라오고, 식후에 속 쓰림이 나타나던 것이 차츰차츰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피로감이 무척 심해져서 낮에도 깔아져 잠을 잘 때가 많다고 한다. 

하얀 얼굴과 침체되고 약한 맥박(脈沈弱)을 확인한 후 평소에 어지러움이나 숨이 차는 증상이 있나물어보니 아찔아찔함 역시 자주 느낀다고 한다. 

다행히 헤모글로빈 수치는 14g/㎗로 정상(정상범위 남자 14~18g/㎗, 여자 12~16g/㎗), 

검사 한 번으로 빈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누웠다 일어설 때 특히 심한 아찔함을 느낀다는 말을 듣고 기립성 저혈압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을 덧붙인다. 

이제 이 다양한 증상들을 복합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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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rtburn은 ‘명치 쓰림’, ‘속 쓰림’으로 번역되는데, 이 경우 심장부위(heart)의 화끈함(burn)이라는 원어 그대로의 뉘앙스를 잘 살리지 못한다. 

산성의 위액이 식도에 올라와 점막을 자극하거나 식도 아랫부분에 많은 양의 액체가 갑자기 흘러 들어갈 때 식도와 위(胃)의 윗부분이 쓰리고 아픈 증상을 가리킨다.1) 

식도의 해부학적 위치를 생각했을 때 이 같은 증상이 생기는 이유를 유추하기는 어렵지 않다.

전형적인 증상이기에 위-식도 역류질환(GastroEsophageal Reflux Disease, GERD)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내시경 검사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지 묻는다. 

위-식도 역류질환이란 위산이 식도 내로 역류되어 임상증상을 나타내거나 식도에 형태학적 변화를 초래하는 질환을 말한다.2) 

국내 유병률이 8.5%정도 되며3) 이제는 환자들이 자가진단을 내리고 올 정도로 너무나 흔하고 유명한 질환이 되어버린 역류성 식도 질환은 증상과 내시경 소견을 기반으로 진단된다. 

서구화된 식습관, 불규칙한 식사패턴, 스트레스 등을 원인으로 꼽지만 특히 역류 증상의 증가는 비만과 밀접하게 관련되는데,4) 

이는 복압 상승에 따라 음식물의 수송 과정이 방해받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최xx 님은 최근 들어 계속해서 체중이 증가한다고는 말하나, 비만을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녀는 내시경 검사를 받아본 적이 있다고 한다. 원인을 궁금해 하는 유형과 큰 병의 가능성을 걱정하는 유형이 있다면 최xx 님은 후자에 속할 것이다. 

의사는 ‘위염 끼’가 약간 있지만 심하지 않다고 했단다. 

대관절 위염 ‘끼’란 무엇일까? ‘끼’란 단어는 사전에서 연예에 대한 타고난 재능 또는 그 재능을 발휘하고자 하는 강한 욕구로 정의되는데 위염 ‘끼’는 의학적으로 무엇을 가리킨단 말인가. 

물론 나도 한 명의 의료인이다 보니 느낌은 잘 알고 있다. 

바쁠 때 환자분들이 왜 여기저기가 아프냐고 물어보면 자세하게 설명하기도 귀찮고 하여 혈액순환이 잘 안 돼서 그렇다고 얼버무리는 느낌. 

바로 그 뉘앙스로 ‘위염 끼’라는 비과학적인 용어가 임상 현실에서 태어난 것이다.

 

 

‘위 점막이 다소 위축되어 있지만 큰 염증 소견은 없네요.’

‘위벽은 깨끗합니다.’

 

‘위염 끼가 약간 있네요.’

 

 

만약 내시경 검사 후 위와 같은 소견을 들었다면 적어도 당신의 위장 증상의 원인이 위산 과다로 인한 위점막 손상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위-식도 역류 질환은 통상적으로 상부위장관 내시경 소견에 따라 바렛식도, 미란성 식도염 및 비미란성 역류 질환의 범주로 분류하지만, 

위-식도 역류 질환을 가진 환자 대부분이 내시경에서는 이상소견이 관찰되지 않는다.5) 염증이 없는데도 식도염이라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내시경 했다~ 식도염 맞나~’


사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광고 등을 통해 세뇌된 이미지를 머릿속에 가지고 있다. 

각종 제산제 광고에서 보아온 바로 그 이미지.

위산이 과다하게 분비되면서 위벽이 벗겨져서 붉고 아파지면 그 위에 하얀 제산제를 부어주어 벗겨졌던 점막이 덮이고 통증이 완화된다. 

따라서 속이 쓰리고 아프면 제산제를 먹어야 한다.

 

너무나 직관적이고 받아들이기 쉬운 설명이지만 이는 거짓된 이미지다. 

복부의 내장은 피부와 비교하면 통증을 일으키는 여러 자극에 대해 민감하지 못하다. 

누군가 앤트맨처럼 작아진 상태로 내 소화기 속으로 들어가서 소화기 점막을 칼로 긋고 베어봐야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의아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으나 이는 소화관, 담낭, 담관, 요관, 방광 등 중공내장(hollow viscera)의 

점막에 통증을 수용할 수 있는 신경종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당연한 생리이다. 

중공내장의 통증수용체 신경종말(nerve ending)은 근육층에 존재하기 때문에 위장의 통증을 야기하는 주된 자극은 내장의 팽창, 

강한 근 수축 등에서 나타나는 소화관 벽의 신전(stretching)과 긴장(tension)이다.6) 생각해보라. 

만약 위장이나 식도 점막 등이 통증에 민감했다면 우리는 위벽세포에서 위산을 분비할 때마다 화상을 입는 듯한 통증을 느껴야 하고,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마다 고통에 몸부림 쳐야했을 것이다. 

인체는 이번에도 역시 적절히 진화해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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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모두 새빨간 거짓말인 거 아시죠!

 

 

 

매우 흥미롭게도 한의학의 원전에는 ‘위통(胃痛)’이란 단어 자체가 없다. 

오로지 ‘위완통(胃脘痛)’, ‘위완당심이통(胃脘當心而痛)’이란 표현만이 존재하는데, 말린 껍질포 등의 뜻을 가지고 있는 ‘脘’은 위장의 껍질, 

즉 근육층을 가리킨다고 생각하면 된다. 특히 ‘胃脘當心而痛’이라는 표현은 위벽으로부터 식도라는 연부조직(개인적으로는 fascia라는 표현을 좋아한다.)을 

통해 통증이 이어지는 모습을 잘 표현한 것 같다. 더욱더 흥미로운 것은 선조들이 인체 맥박의 시작점을 이 위벽의 움직임으로 바라보았다는 사실이다.

위벽은 뇌의 신호가 오지 않더라도 자체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기본적인 전기적 리듬(the basic electrical rhythm)을 가지고 있다. 

이 전기적 리듬은 혼합파(mixing wave)라고 불리는 약한 연동 수축성 파동을 만들어내며, 

이 파동은 위벽 중간 부위로부터 시작해 위벽의 위쪽 부분으로 향하며 대략 매 15~20초마다 유문동(antrum) 쪽으로 옮겨간다.7) 

한의학에서는 심장의 박동을 만들어내는 파동이 근본적으로는 위장의 운동에서 기원했다고 바라보았고, 그렇기 때문에 위기(胃氣)가 끊기면 죽는다고 말했다. 

진맥(診脈)이라는 행위를 통해 요골동맥의 파형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때 한의사들은 이 위기(胃氣)의 상태를 함께 확인하는데, 

위장이 만들어내는 부드럽고 완만한 파형이 사라진 맥파는 오장(五臟)의 파형이 그대로 드러난 진장맥(眞藏脈)이라고 하여 몹시 좋지 못한 맥상(脈狀)으로 여긴다. 

물론 실제로 이런 맥을 볼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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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도 점막의 미란과 발적이 나타나는 실제 식도염의 내시경 사진. Herpes esophagitis의 병변 모습이다.  

《素問·陰陽別論》 脈有陰陽, 知陽者知陰, 知陰者知陽. 凡陽有五, 五五二十五陽. 所謂陰者, 眞藏也, 見則爲敗, 敗必死也; 所謂陽者, 胃脘之陽也.  

 

 

 

이 글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위장의 운동성’이다. 

위산과다, 점막의 염증이 아니라 바로 이 운동성이란 말이다. 

위-식도 역류 질환은 미란성 식도염과 비미란성 역류 질환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전자는 내시경을 통해 원위부 식도 점막의 육안적인 손상이 확인될 때로 정의하며, 

후자는 전형적인 역류 증상은 있으나 내시경에서 식도 점막의 육안적인 손상이 없는 경우로 정의한다.8) 

그래서 비미란성 역류 질환은 내시경 음성 역류 질환이라는 용어로도 불리는데, 이는 과거의 생각과는 달리 미란성 식도염의 시작 형태가 아닌 별개의 질환이며, 

역류 증상만으로 두 질환을 감별할 수도 없고, 삶의 질에 끼치는 영향 정도도 비슷하다.9),10) 게다가 이 질환의 유병률 또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한데 

스웨덴의 Kalixanda 연구에서는 역류 증상을 가진 환자의 75%가11), 일본 연구에서는 위식도 역류 질환 환자의 61%가 비미란성 역류성 식도 질환이었다.12) 

역류 증상에 근거하여 진단된 1,161명의 위식도 역류 질환 환자 중에서 실제 내시경 검사로 미란성 식도염을 확인한 비율은 14%(165/1,161)에 불과했다는 보고도 있다.13) 

제산, 항염증이 치료의 핵심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위염 끼’는 약간 있지만 내시경은 깨끗하다는 말 같지도 않은 내시경 소견을 받은 최xx 님이 처방받은 역은 양성자펌프억제제였다. 

프로톤 펌프억제제(Proton Pump Inhibitor), 즉 PPI를 일차적으로 처방하는 것이 위-식도 역류 질환의 통상적인 치료 프로토콜로 확립되어 있다. 

아직도 속 쓰릴 때 ‘겔포스(규산 알루미늄)’가 먼저 떠오른다면 당신은 연배가 상당히 높을 가능성이 크다.

PPI가 어떤 약인지 묻는 환자들의 질문에 나는 위산 분비를 아주 근원적으로 강력하게 차단하는 어마어마한 약이라고 설명한다. 

PPI 처방이 상용화되기 전, 내과 의사 친구가 끝내주는 약이 있다며 권해서 과음하기 전에 이 PPI를 함께 먹었다. 

엄청난 양의 술을 들이켰음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속이 멀쩡해서 무섭기까지 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속이 불편하고 쓰릴 만한 짓을 했으면 속이 불편하고 쓰려야 정상이니, 그렇지 않을 때 난 도리어 무섭다. 

1979년 스웨덴에서 개발된 프로톤 펌프억제제는 1988년부터 omeprazole이란 이름으로 시판되기 시작하였다.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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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톤 펌프의 이해

 

 

 

 

PPI는 십이지장 상부 또는 소장에서 흡수된 뒤 혈류를 통해 위장 내 벽세포 기저세포막을 통과하여 벽세포 내로 들어간다. 

이때 PPI는 prodrug 형태로 세포 내로 들어가 축적되며 산에 의해 활성체인 sulfenamide로 바뀌게 된다. 

이 활성체가 세포막 내에 존재하는 프로톤 펌프와 결합하여 세포막 내에 존재하는 프로톤 펌프의 H+-K+-ATPase를 불활성화함으로써 산분비를 억제한다.15) 

프로톤이란 양성자란 뜻인데, 인체 세포막에 수소 양이온을 밖으로 배출하는 장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제는 옛날 약이 되어버린 cimetidine이나 ranitidine 등의 히스타민 수용체 길항제 역시 위산 분비를 억제한다. 

위산 분비는 미주신경 말단에서 분비되는 아세틸콜린, 유문선의 G세포로부터 분비되는 가스트린, 위저선의 enterochromaffin-like(ECL) 세포로부터 분비되는 히스타민에 의해 유도된다. 

각각의 수용체 결합물질은 혈류를 통해 벽세포의 막표면에 존재하는 무스카린M3, 가스트린, 히스타민2(H2) 수용체로 운반되어 결합 후 세포내 전달물질을 매개로 산 분비를 유도한다. 

무스카린M3와 가스트린 수용체의 경우 칼슘이온을 매개로, H2 수용체는 G단백을 매개로 세포 내 AMP 생성을 촉진하는 프로테인키나제에 의해 ATP의 탈이온화를 일으킨다. 

이렇게 해서 소세포체 막 표면의 양자펌프가 활성화되어 수소이온이 벽세포의 분비세관에서 위소와내로 방출되어 산도를 상승시킨다.15) 

이러한 위산 분비 기전을 차단하는 약들이 PPI 이전에 쓰였던 소위 위염, 식도염 약이다. PPI는 그동안 사용되던 약제인 제산제(antacids), 

항콜린제(anticholinergics) 및 히스타민 수용체 길항제(histamin-2 receptor antagonists) 등에 비하여 월등히 강력한 위산 분비 억제능력으로 인하여 위산 관련 질환의 치료 기간이 단축되고, 

치료율이 급격히 향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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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산 분비의 조절 기전

 

 

문제는 최xx 님에게 위산 분비를 억제할 필요가 있었냐 하느냐는 것이다. 

그녀는 식도 점막과 위 점막에 실제적인 염증이 나타나지도 않았고 식욕도 저하되어 있었다. 

그녀가 속 쓰림을 호소하는 순간은 식후였다. 만약 위산 과다로 인한 속 쓰림이었다면 음식을 먹은 직후에는 증상이 경감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녀는 내과에서 타온 약을 먹고 오히려 속이 더 불편하고 아프다고 하였다. 

특이한 경우가 아니다. 

역류성 식도 질환 환자의 10~40% 가량은 일반적인 프로톤 펌프 억제제에 만족할 만한 증상 호전을 보이지 않는다.16, 17) 

2015년 국내에서 발표된 논문을 보면 비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을 가진 환자 28.5%에서 ‘양성자 펌프 억제제 표준 용량 4주 투여’에 대해 반응이 없었다고 보고하고 있다.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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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설진 소견.   

《和劑局方·脾胃門》 治脾胃虛弱, 不能運化, 胸滿腹脹, 大便溏泄等症. ◇ 人蔘 2g 陳皮 4g 半夏 4g 白朮 3g 茯苓 3g 甘草 2g 大棗 2g 生薑 1g.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PPI를 계속해서 복용할 경우 위산 부족으로 소화력은 점점 저하되고, 

위 내에서의 살균작용이 감소하여 폐렴이나 기타 감염에 취약해질 수 있으며, 

칼슘과 비타민B12의 흡수력을 저해하여 골다공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19)

 

또한, PPI의 장기적인 사용으로 혈중 가스트린 수치가 상승하여 유암종(carcinoid tumor)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동물 실험에서 밝혀지기도 했다.20) 

이쯤 되면 효과도 없는 약을 계속해서 먹이는 게 문제가 되지 않을까?

 

왜 PPI 복용을 중지해야 하는지 최xx 님에게 설명한 이후 다시 시나리오를 함께 써 내려갔다. 

가라앉고 약한 맥의 파동은 저하된 심장 운동성, 위장 운동성과 연관 된다. 

위장관이 잘 움직이지 않는 관계로 식후에 더부룩하고 불편함이 생겨난다. 

그리고 흡수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충분한 양의 혈장이 생겨나지 않는다. 

떨어진 심장의 박동력, 부족한 혈장량으로 인해 누웠다 일어설 때 머리로 혈류를 한 번에 보내지 못하고, 

이로 인해 어찔해지는 기립성 저혈압 증상을 느끼는 것이다. 

얼굴에 항상 핏기가 없는 것, 손발이 차가운 것, 항시 피곤한 것, 그리고 최근 들어 생리혈의 양이 줄어든 것도 모두 일관된 증상이다. 

근육으로 가는 혈류가 부족하기 때문에, 또 목과 어깨의 근육이 긴장되어야 머리로 혈류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보상적인 기전에 의해 어깨와 목이 더욱 자주 뭉친다. 

아직은 경험적인 관찰이라고 말해야겠으나, 설진(舌診) 영역에서 위-식도 역류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혀 중앙부에 세로 선 파임 현상이 나타나는 경향이 많다. 

최근에는 이처럼 기질적인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 만성적인 소화불량 증상을 기능성 위장장애라고 부르는 추세이며, 비미란성 역류성 식도질환은 기능성 위장장애의 한 범주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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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식도 역류 질환의 병리기전을 살펴보면 기능성 위장장애와 제법 잘 어울린다.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위액이 식도로 역류하여 증상을 일으키게 되는데, 일시적인 하부 식도 조임근의 이완이나 긴장도 감소, 

틈새헤르니아(hiatal hernia) 등의 구조적인 이상이 대표적인 원인이다. 

이 외에도 식도의 연동운동 기능이 떨어져 역류한 위산 등이 식도에 오래 머물러 있는 경우와 위배출이 지연되어 음식물과 산에 노출되는 기회가 많아지는 경우가 있다.21) 

다시 키워드인 위장 운동성으로 돌아오게 된다. 한의학적으로는 위기허증(胃氣虛證)이라고 변증(變證)될 수 있는 상황인데, 

이는 위기부족증(胃氣不足證)과 같은 의미로, 위기(胃氣)가 부족하여 음식의 수납(受納)과 부숙(腐熟) 기능이 감퇴하여 발생하는데, 

위완은통(胃脘隱痛), 불사음식(不思飮食), 소화불량(消化不良), 구토애역(嘔吐呃逆), 식입즉토(食入則吐) 등의 

주요증상이 나타나며 설질담(舌質淡), 태박백(苔薄白), 맥은 허약(虛弱)한 상태가 동반된다.22) 

 

나의 선택은 육군자탕(六君子湯)이었다. 

이미 일본에서는 PPI 2배 용량 분할 투여로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위-식도 역류질환에 선택 가능한 약으로 프로토콜에 포함된 처방이다. 

원전인 《화제국방》에는 비위가 허약하여 소화가 되지 않아 가슴이 더부룩하고 배가 빵빵하고 대변이 묽어지는 등의 증상에 적용하라고 기재되어 있으며,

사용 목표는 위장이 약하여 식욕이 없고, 명치가 갑갑하며, 쉽게 지치고, 빈혈성으로 손발이 잘 차가워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달 분 약을 복용하면서 경과를 평가하기로 하였다.

 

사실 육군자탕은 지나치게 연구가 많이 되어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처방이다. 

그만큼 기능성 위장장애에 효과적인 처방인데, 단순히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위장 운동성을 개선하면서 

위장 기능도 전반적으로 상승시켜 위-식도 역류 질환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처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실험적으로 입증된 육군자탕의 효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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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생활 습관 개선이다. 

16개의 RCT 연구를 종합하여 체계적 고찰을 시행한 결과 앞서 언급한 체중감량과 침대의 머리 쪽을 올리는 방법이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42) 

음식물이 정상적으로 하행하기 위해서는 중력의 도움이 필요하니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나도 식사 이후 바로 눕지 말 것을 권한

맵고 자극적인 음식, 증상을 유발하는 음식을 금하는 것에 대해서는 환자에 따라 선택적으로 권고할 수 있다. 

최xx 님에게는 찬 물과 찬 과일을 피하라고 권고한다. 

차가운 날것을 많이 먹어서 위장을 상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가 한의학의 고전에는 매우 자주 등장한다. 

사실 과일이나 차가운 음식은 인류가 자주 접하지 못한 것들이며 소화기, 특히 흡수를 담당하는 소장의 상태는 온도 차에 민감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거르지 않고 식사를 할 것을 당부하는데 음식을 주기적으로 먹는 것은 위장관을 주기적으로 움직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충분히 설명하고 납득하여 서로 기분이 나쁘지 않을 진료였다. 그녀는 나의 지시에 잘 따라주었던 듯하다. 

4월 5일 다시 내원했을 때는 속이 아주 편해져서 이전의 불편감이 10이라고 쳤을 때 3점 정도로 줄었고, 피로감도 한결 덜 하다고 가벼운 미소를 보인다. 

4월 20일 가스가 약간 차기는 하지만 증상이 몰라보게 좋아졌다고 한다. 

그리고 5월 23일, 전화로 임신 소식을 알리며 육군자탕을 계속 복용해도 되는지 묻는다. 

첫 진료 때 둘째가 잘 안 생긴다고 가볍게 이야기했었는데…. 누구나 좋은 결과는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싶어 한다. 

육군자탕 복용을 통해 전체 혈류가 늘어나면서 자궁 혈류도 좋아져서 임신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믿고 싶다.

태아에게 유해하다고 알려진 약재는 없지만 기분이 찝찝하면 소화기 증상도 많이 좋아졌으니 복용을 중단해도 좋다고 말하고 그렇게 진료를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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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러한 치험례는 한의사들에게는 그렇게 낯선 것이 아니다. 

한의학적인 치료법만으로도 위-식도 역류 질환에 대한 치료는 얼마든지 가능하며, 

서양 의학적 치료 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식욕부진이나 기력저하, 소화불량 등의 부작용 없이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육군자탕에 대해서만 언급했지만 한의약에는 환자의 다양한 증상에 따른 다양한 맞춤 처방이 존재하는데

학문적 특성상 위-식도 역류 질환에 접근한다고 할지라도 언제나 인체 전체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기질적 이상을 동반하지 않은 식후불편증후군 치료에서는 한약 처방의 치료효과가 훌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43)

 

침구 치료 역시 효과적이다. 

2016년 JACM에 발표된 기능성 소화불량에 대한 침 치료의 효과와 관련된 메타분석 연구에서(총 3097명 대상) 침 치료가 기능성 

소화불량 증상뿐 아니라 기능성 소화불량 관련, 건강 관련 삶의 질 향상을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47) 

 

물론 언제나 그러하듯이 한의약적 치료에도 잘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환자군이 존재한다. 

심리적 스트레스 역시 위장관 운동성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증례, 

특히 NERD 환자의 경우에는 환자의 증상 호소를 자세히 들은 뒤 정신신경의학적인 접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외과적 처치가 필요한 환자군도 존재하기 때문에 세밀한 검진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글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제산제와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시행하는 기존의 위장관 치료 방식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위장관 질환 치료에 있어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패러다임 전환점에서 한의약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_ 이기성

                                                                                                                                                                   《On Board》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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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On Board 2018 AUT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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