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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약을 복용하던 환자분이 연락했습니다.

“원장님, 제가 임신을 했어요.”

이렇게 기쁘고 축복할 일이! 진심으로 한껏 축하해주고 나니 어김없이 질문 하나가 따라붙습니다.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먹던 한약은 어떡할까요?”

으아…… 갈등됩니다. 한약 복용이 산모에게 절대 해가 되지 않는 다는 건 알지만 여러 안전사고가 우려되어 결국에는 “우선 중단할까요...?”로 마무리 짓곤 합니다. 

임산부의 건강도, 임산부의 배 속에 있는 생명도 더없이 소중하기에 여러 안전사고 우려로 인해 한약이 꼭 필요한 경우에도 투여를 망설이게 됩니다. 

그러나 이는 산모와 태아에게도 혹은 그 보호자에게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닙니다.

 

 

임신다큐, 한약이 좋다 

 

여러 논문과 연구결과를 봐도 임신 혹은 모유 수유 중에도 

전문가의 한약 처방은 안전하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한약 복용을 권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임산부의 특성상 생리적인 변화가 많고 그에 따라 약물에 대한 반응이 일반적인 성인과는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임산부를 대상으로 약을 처방하고 관리하는 것은 까다롭습니다. 

임산부에 대한 약물 투여는 양방 진료 영역에서도 표준화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죠. 

임산부의 생리적 특성 혹은 윤리적 상황 때문에 대규모의 무작위 대조군을 두고 이중맹검의 임상시험을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동물실험이나 기전연구, 증례연구나 역학연구 등의 결과와 함께 종합하여 지침을 만들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산부가 아프고 치료를 요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임신한 것도 힘든데 불안해서 치료조차 못 받는다는 건 너무 서글프네요.

 

여러 우려와 불안으로 치료를 망설이는 것은 환자를 위한 것이 아니기에 안전하고 효과 좋은 한약을 안심하고 복용할 수 있고, 

혹시라도 이상반응이 나타날 때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이 글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부디 이 글을 읽고 치료하는 의료진도, 한약을 복용하는 환자도 안심하고 끝까지 치료에 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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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하면 생리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약물이 들어갔을 때 건강한 성인과는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프로게스테론의 위장관 평활근 활성 작용으로 위장관 주행시간이 연장되어 약물의 흡수율이 올라가게 됩니다. 

또한 늘어난 혈장량에 의해 약물의 분포 용적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혈장 알부민 농도가 감소하고 약물 결합도가 변화하여 약물 분포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죠. 

CYP1A2, xanthine oxidase, N-acetyltransferase는 감소하고 CYP3A4 mediated 8-hydroxylation이 증가하면서 

이 대사효소들과 관련된 약물의 대사능이 변화하면 약물의 상호작용 가능성도 당연히 변화하겠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약물의 배설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간의 혈류량은 간에서의 약물 청소율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CYP3A, CYP2D6, CYP2C9과 UGT에 관련된 약물은 임신 기간에 청소율이 감소하게 됩니다. 

또한 대사 효소 중 CYP1A2와 CYP2C19에 의해 대사하는 약물도 임신 중 청소율이 감소합니다. 이러한 약물들은 아무래

도 복용량을 조절하거나 사용하는 데 주의해야 합니다.

 

임신 중 약물 처방이 조심스러운 건 

그 영향을 한 명만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태아 또한 산모가 섭취한 약물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더더욱 신중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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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체-태반-태아 약물 동태의 모식도 


 

산모가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 약물이 태반을 통과하여 태아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태아를 같이 치료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태아와 태반에서 약물이 어떻게 대사하는지를 이해하면 임산부에게도 약물 독성을 예방하면서 적절한 치료를 해줄 수 있습니다.

약물의 분포, 대사, 배설 등은 모두 태아에서 변화합니다. 엄마가 복용한 약물은 소화기관을 거쳐 혈장으로 흡수됩니다. 

혈장에서 약물은 유리된 형태가 되어 간에서 대사하고 신장을 거쳐배설됩니다. 

혈장에서 유리된 형태의 약 성분은 혈류를 따라 태반으로도 유입이 되죠. 

태반을 통과할 수 있는 약물 성분은 태아의 심장과 중추신경계, 간으로 들어가 흡수 대사됩니다. 

일부는 태아의 혈장으로도 유입되며, 태아의 신장을 거쳐 다시 태반으로 배출됩니다.

 

오랜 세월 동안 모체에 투여된 약물과 화학물질이 태아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태반이 보호 장벽 역할을 할 것이라 믿었지만, 

안타깝게도 탈리도마이드 비극 탈리도마이드는 비(非) 바르비투르산염계 수면 약으로, 이를 복용한 임산부들이 사지결손이 있는 해표지증의 기형아를 출산하고 5~6천여 명이 사망했던 사건. 을 

통해 태반을 통과하는 약물의 심각성을 인지하게 됐습니다. 

약물은 모체에서 태반으로 ‘단순 확산’을 통해 전달됩니다. 이때 분자량이 600미만인 경우 태반을 통과하기 쉽고 1000 이상이면 어렵습니다. 

이온화되지 않으며 지질용해성이 높은 물질들은 쉽게 통과됩니다. 

거대 분자라도 통과시킬 수 있는 흡수작용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태아의 혈장단백질은 모체의 혈장단백질과 단백결합도가 다릅니다. 

단백결합도가 높은 약물은 태반을 통과하지 못하며 모체에서 더 높은 농도로 나타납니다. 

단백결합도가 낮은 약물은 태반을 통과하고 태아 혈장단백질에 결합하기도 합니다. 

태아의 혈장 알부민은 임신 말기에 최고, 모체의 혈장 알부민은 임신 말기에 최저상태입니다.

태아의 혈장 pH는 모체 혈장보다 좀 더 낮기 때문에 약염기성 약물은 쉽게 태반을 통과합니다. 

약물 농도가 태아에서 더 높게 증가하는 것을 이온 트래핑(ion trapping)이라고 하죠.

 

태반과 태아는 약물을 대사할 수 있습니다. 

 

임신 9-10주 차에 태아의 간에서는 대사 효소가 나타나지만 미숙합니다. 

태아 혈류의 반 정도는 간을 통과하지 않고 직접 심장과 뇌에 도달하기 때문에 약물 영향이 크게 나타날 수 있겠죠? 

태아로부터 모체로 약물의 역 확산이 일어나기도 하나 태반 장벽을 통과하기는 어렵습니다. 배아는 아직 분화하지 않은 상태로, 

기형유발물질에 노출될 경우 완전히 손상되어 죽거나 회복합니다. 

배아기에 기형 물질에 노출되더라도 기형유발물질이 모체에 잔존하지 않는 한 기형을 유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수정 후 3주에서 8주(18일에서 54~60일)까지의 배아기는 기관형성기에 해당하며, 이때 기형유발물질에 노출되면 회복할 수 없는 구조적 기형이 생길 수 있습니다. 

기관이 분화하는 시기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때는 기형 물질에 노출되거나 약물 오남용에 주의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수유 중에는 어떨까요? 

 

수유하는 동안 식단 제한이 있어서인지 한약도 왠지 조심스럽습니다. 

이 역시 모유 수유 중에 한약 복용이 안전하다는 논문은 넘치지만, 좀 더 구체적인 기전을 이해하면 모유 수유 중 한약 복용이 어느 정도 안전한지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약은 일차적으로 모체의 혈장과 모유 사이의 힘의 평형에 의해 확산되어 모유에 유입됩니다. 

약이 모체의 혈장으로부터 이동하여 모유로 들어가는데, 모세혈관벽을 통과하고 유선 세포의 내피를 통과하여 모유 부분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산후 4일간은 유선 세포 사이에 큰 틈이 존재기 때문에 초유가 나오는 기간에는 약이 모유로 들어가기 쉽지만, 흡수되는 약의 농도는 대부분 낮습니다.

산후 4~6일 이후에는 꽈리 세포가 점점 커져서 세포간 틈이 없어지며 모유로 들어가는 약의 양이 줄어듭니다. 

유선 세포의 내피가 다소 강하게 결합하여 있기 때문에 대부분 약물은 유선 세포의 2층 벽을 통과하면서 용해됩니다. 

두 층의 지질 벽을 통과하여 용해되는 것 중 대부분의 약물, 특히 이온화되거나 극성을 띠고 있는 약물들은 통과하기가 어렵고 지용성이 높을수록 모유에 더 잘 유입됩니다. 

화학 조성이 유입되기 좋기 때문에 중추신경계에서 활성화되는 약물은 일반적으로 모유에서 높게 나타납니다.

 

많은 전해질(염화나트륨, 마그네슘 등)은 유선 세포를 잘 통과하지 못합니다. 이온화되기 때문이죠. 

모체에서 높다 하더라도 모유의 전해질 조성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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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유수유동안 영아의 약 노출



여기서 약이 아이에게 노출되는 것을 

가장 현실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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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인 영아 투여 용량(RID)은 엄마의 체중 대비 투여량에 대하여 모유 수유 중 아기가 모유를 통해 섭취하는 양의 비율을 추산한 것입니다. 

이는 의료진에게 모유 속 약이 모유로 얼마나 들어가는지 알 수 있게 합니다. 

만약 RID가 10% 이하라면 약은 상당히 안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편에는 임산부나 영유아의 한약 복용지침에 앞서 임산부의 약리학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다음 편에는 영유아의 약리학을 살펴볼게요. 기본적인 기전을 소개해드린 후에 임산부의 한약투여와 관련된 내용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행복한 산모가 행복한 아이를 낳는다고 하죠. 

산모가 행복하게 임신 기간을 보낼 수 있도록, 안전하고 유효한 치료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_ 이서지 / 그림_ BIA 

                                                                                                               원저 인용_ 조선영, 성현경, 이지홍, 이선행, 모유수유한의학회발간





f31b4d4cfabe8cfd45a040717452fa1a_1540261266_9522.jpg 《임산부 영유아 약물 투여 지침》

 

 

 

 

출처 - On Board 2018 AUT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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