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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컬럼 그랜드 투어 3부작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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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그랜드투어 -

셋째 날

 

on 03. 10. 2017

 

오늘은 바티칸 투어가 있는 날이다. 

온라인으로 표를 예매하였기에 줄을 많이 설 걱정은 없다. 

거대한 바티칸 성벽을 돌아 입구 쪽으로 가려는데 말끔한 복장에 명찰을 

목에 건 남자가 표를 보여 달라며 우리를 제지한다. 

검표하는 직원인가 싶었는데 한참을 뭐라 뭐라 하더니 2시간짜리 가이드 투어를 하란다. 

우리끼리 보겠다고 하자 베드로 성당 안에 들어가려면 가이드 투어를 해야만 한다며 대놓고 협박조로 말한다. 

확실하다, 사기꾼. 사람들이 몰릴까 봐 촌각이 아까운 상황에서 사기꾼과 말을 섞은 5분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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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박물관 관람은 ‘피나코테카’에서 시작한다. 교황청이 수집한 19세기 이전의 회화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이다. 

시대별로 전시된 그림들을 오디오 가이드 표시가 되어 있는 것 위주로 하나하나 체크하며 감상하였다. 

메디치가의 딸이 프랑스 왕가로 시집갈 때 혼주 격인 메디치 출신 교황 클레멘스 7세가 답례품으로 받았다는 거대한 크기의 ‘최후의 만찬’ 태피스트리가 인상적이다. 

프랑스 왕은 말년을 프랑스에서 보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유작이라며 선물했지만, 화풍이나 제작 시기로 미루어 보아 플랑드르 지방의 공방 작품이라고 한다. 

불경하게도 왕이 교황에게 사기를 쳤다. 하긴 클레멘스 7세도 약속했던 결혼 지참금을 보내지 않았다.

약관의 라파엘로는 4개의 방에 그림을 그리는 일을 맡아서 일약 르네상스의 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 중 헬리오도루스 방의 그림들은 대단히 정치적이다. 

빛과 그림자의 표현이 인상적인 ‘베드로의 탈출’은 베드로로부터 시작되는 교황 수위권을, ‘아틸라와 레오 교황의 만남’은 수호자로서 교황의 위엄을, 

‘볼세나의 미사’는 당시 논란이 되던 화체설(성체성사 때 포도주는 진짜 예수님의 피라고 보는 것)의 정당성을, 

마지막으로 ‘헬리오도로스의 추방’은 교황청을 넘보는 세속군주에 대한 교황의 승리를 상징한다. 

이런 그림을 교황의 알현실에 굳이 그려 놓은 것은 역으로 말하자면 당대에 이런 주제에 대한 회의가 만연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피렌체 유력 가문 수장의 암살을 사주하고(식스투스 4세), 아들에게 권력을 몰아주어 교황이 군주가 되는 세속 왕국을 꿈꾸고(알렉산데르 6세), 

같은 가톨릭 국가들과 싸움에 스스로 갑옷을 입고 전투의 선봉에 서는(율리우스 2세 자신) 교황들의 시기에 이미 종교개혁의 움직임은 싹트고 있었을지 모른다.

관람객의 행렬이 정체되기 시작한다. 

드디어 그곳에 도달한 것이다. 바티칸에서 가장 경이롭다는, 아니 전 세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장소라는 시스티나 예배당이다. 

좁은 통로를 통해 들어가니 넓은 경내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출근 시간 신도림역인 양 빼곡한 사람들도 놀랍지만, 압도적인 천장화와 벽화에서 눈이 떼어지지 않는다. 

자리를 잡고 오디오가이드를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데 장장 30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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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후의 만찬 태피스트리                                           성 예로니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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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

 

 

구약 성서의 내용을 표현한 천장화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은 천지 창조이다. 

말 많은 미켈란젤로는 율리우스 2세의 강압적인 명령에 의해 장장 4년간 묵묵히 이 천장화를 그렸다고 한다. 

미완성 작품이 많기에 그의 끈기를 의심했었는데 시스티나 예배당에서는 그의 초인적인 인내와 끈기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규모에서 압도하고, 그림 하나하나의 완성도도 높다. 

당시 사람들은 이것을 단순히 미켈란젤로가 그린 그림이 아니라 성령이 미켈란젤로의 몸을 빌려서 그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북쪽 벽에는 역시 미켈란젤로가 그린 ‘최후의 심판’이 거대하고 웅장한 구도로 자리하고 있다. 

천국과 지옥, 연옥에 무수한 인물들이 그려진 이 그림은 천장화보다 더욱 강렬하다. 

독일군의 약탈로 폐허가 된 로마에 돌아온 클레멘스 7세는 미켈란젤로에게 최후의 심판이라는 암울하고 세기말적인 주제의 그림을 의뢰한다. 

천장화를 그리면서 갖은 생고생을 했지만, 우리의 미켈란젤로는 어린 시절 같이 공부했던 클레멘스 7세의 절망적인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고, 

다시 힘겹게 붓을 들었다. 자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달라고 바르톨로뮤 성인이 든 살가죽에 자신의 찌그러진 얼굴을 그려놓았다. 

말 많은 미켈란젤로는 그림으로 말을 한다. 

클레멘스 7세는 완성을 보지 못하고 선종하였고 후임 바오로 3세가 이 그림의 완성에 함께 했는데 처음 본 순간 무릎을 꿇고 

“주여, 심판의 날에 저의 죄를 묻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외쳤다고 한다. 두고두고 볼수록 두려움마저 느끼게 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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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후의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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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폴라에서 바라본 베드로 광장 



베드로 대성당에 들어가 오랫동안 줄을 서고, 무수히 많은 계단을 지나 대성당 꼭대기에 오르면 베드로 광장의 아름다운 모습뿐 아니라 로마 전체가 눈앞에 펼쳐진다. 

옹기종기 예스러운 건물과 성당들이 빼곡한 로마의 전경은 그저 그림 같았다고 밖에는 더 정확히 표현할 길이 없다. 

높은 곳에는 시원한 바람마저 부니 날씨마저 완벽하다. 내려와 보니 슬슬 성당 문을 닫을 시간이 가까워진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주마간산 격으로 성당 안을 살핀다. 성당 내부는 그 어떤 성당보다 크고 웅장하다.


판테온에서 떼어 온 청동으로 만들었다는 베르니니의 역작 발다키노가 위엄을 자랑한다. 

바로크의 화신 베르니니는 발다키노의 기둥을 무미건조하게 놔두지 않고 ‘스크류바’처럼 배배 꼬아 놓았다.


나오는 길, 정문 오른편에는 그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가 자리하고 있다. 

정신병자가 망치로 깨뜨려 버린 이후로 방탄유리에 가로막혀 있는데 보면 볼수록 신비한 느낌을 자아낸다. 

베르니니의 작품이 순간을 포착한, 구도가 멋진 사진 같다면 피에타는 오랜 시간과 감정이 담겨 있는 영화 같다. 

오래 볼수록 다양한 감흥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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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드로 성당 내부-발다키노                                                  피에타


어느새 테르미니역 주변은 야경을 자랑하고 있다. 

숙소에 들러 잠깐 쉬었다가 저녁 식사와 함께 가벼운 와인을 한잔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은 로마를 떠나 피렌체로 간다. 일정상 피렌체는 반나절에 다 봐야 하는데 도저히 동선을 잘 짤 수 없었다. 

한동안 가이드북과 씨름하다 어떻게든 될 거라는 마음에 눈을 감는다. 

낙천적 소양인 마담은 코를 골고 있다.



이탈리아 그랜드투어 -

넷째 날


 

on 04.10.2017


날이 밝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제가 반복되는 저주에 걸린 것처럼 숙소 조식 메뉴는 똑같다. 

마담이 ‘이탈리아 남자는 다 잘생겼나 봐.’라고 수군거렸던 수습 남자 직원은 오늘도 어제와 똑같이 어리바리하다.


테르미니역에서 피렌체행 기차에 올랐다. 차창 밖으로는 야트막한 언덕과 평지가 연이어 있고 한가한 농장이 펼쳐진다. 

피렌체에 도착하였다. 남은 반나절 동안 피렌체를 다 봐야 한다. 

강행돌파. 주변에 뭔가 예뻐 보이는 성당이고, 종탑이고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최대한 빠르게 주파하여 바르젤로 미술관으로 향한다. 

옛 경찰서장의 궁전으로 조각 작품이 주로 전시된 이곳은 생각보다 관람객이 많지 않았다. 

미켈란젤로의 바쿠스 상에서 사진을 찍는다.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원 의뢰자에게 퇴짜를 맞고 로마로 흘러 들어가 오히려 미켈란젤로의 명성을 로마에까지 떨치게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도나텔로의 다비드 청동상은 고전적 아름다움에서 약간은 비켜선 멋이 있다. 

사실 이탈리아 반도에서 오리지널한 예술이 최초로 꽃 피운 곳이 바로 이 피렌체이다. 

로마 시대 작품 중에는 그리스 작품의 모작이 많았다. 

반면 피렌체에서 시작한 르네상스기에 예술가들은 독자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시작하였다. 

르네상스 시기 피렌체의 예술 소비자들은 인본주의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었고 예술이 추구하는 독자적인 가치에 대해서도 존중하였다. 

예술가들과 학자들에게 조건 없는 후원자가 되길 자처했다. 

동성애자였을 것이 확실한 도나텔로는 평생을 코시모 디 메디치의 ‘특별한’ 후원 속에 살다가 그의 곁에 묻혔다.


바르젤로 미술관을 나와 보니 피렌체의 중심이라는 시뇨리아 광장이다. 

높은 감시탑이 인상적인 베키오 궁전이 눈앞에 서 있다. 

최근에 영화 《한니발》을 보고 와서인지 뭔가 으스스한 느낌도 든다. 

영화에서 한니발은 파치 형사를 죽일 때, 옛 파치가의 음모 사건 때 

파치 가문 사람들이 처형당했던 방법대로 베키오 궁 밖에 매달아 놓고 배를 갈라 내장이 다 흘러나오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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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쿠스 상-미켈란젤로       다비드 상-도나텔로                           베키오 궁전



다음은 우피치 미술관이다. 피렌체에서의 일정은 분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다. 

오랜 세월 피렌체를 통치하였던 메디치가의 회화 소장품들을 전시 중인 이 미술관에는 여러 걸작들이 있다지만 가장 큰 문제는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없다는 점이다. 

여행 가이드 책에 소개된 작품들만 찾아서 점만 찍고 오는 겉핥기 관람이 시작되었다.

 

우피치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은 젠틸레스키가 그린 ‘홀로페르네의 목을 자르는 유디트’였다. 

너무나 사실적인 그림이 강렬한 구도와 색 대비 속에 내가 그 살인 장면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쿵 다가온다. 

유디트의 독기어린 표정이 섬뜩하다. 찾아봤더니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가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가 된 후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더욱 무시무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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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아 막달레나상



젠틸레스키의 스승 격이라 할 수 있는 카라바조의 ‘의심하는 도마’도 인상적이다. 

예수님과 사도 성인들은 더 이상 성스럽고 이상적인 모습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이성이 신성을 압도하는 시기에 그림도 변화한 것이다. 

요새 미술이 난해하고 복잡한 것은 무의식이 의식을 압도한 때문일까.

크고 아름다운 두오모의 코폴라를 살펴보고 뒤편 건물에 있는 두오모 박물관에 입장하였다. 

박물관에는 미켈란젤로가 제작한 또 다른 버전의 피에타상도 있었는데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도나텔로의 ‘마리아 막달레나상’이 충격적이었다. 

사람 크기의 이 목제 조각상은 일견 아름다움이나 거룩함과는 거리가 먼 비참하도록 깡마른 사람이 누더기를 입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깊게 파인 그늘진 눈으로 간절히 십자가를 바라보는 이 자세에서 다른 차원의 경건한 성스러움이 느껴진다. 

기존의 것을 비틀고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점에서 도나텔로도 시대를 앞선 천재 중의 한 명이라 할 것이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일단 발걸음을 재촉하여 베키오 다리로 향하였다. 

평생 베아트리체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며 문학적 상상력의 원천으로 삼았던 단테가 처음 베아트리체를 만난 곳이 바로 이 베키오 다리라고 한다. 

세계 각지에서 온 연인들이 다리 위를 가득 메우고 있다. 

단테와 베아트리체를 기리는 듯 다정히 포옹하며 황혼을 배경 삼아 기념사진을 찍는다. 

마담과 나도 가족끼리 그러면 안 되지만, 다정한 자세로 사진을 찍었다.



        ▼  홀로페르네의 목을 자르는 유디트                                      의심하는 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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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오모                                                             베키오 다리 


메디치 가문이 피렌체의 권력을 움켜쥐자 이에 반발한 라이벌 파치 가문의 사람들이 당시 이탈리아 전역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싶어 했던 교황 식스투스 4세와 협력하여 메디치 가문의 로렌초와 줄리아노의 암살을 시도한 사건이다.



숙소에서 간단히 씻고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운동 삼아 시내로 걸어가 보았다. 

마담이 야경을 봐야 한다고 주장한 때문이기도 하다. 좀 늦은 시각에 두오모 광장에 들어서자 야경에 절로 입이 벌어진다. 

낮에 봤을 때도 예뻤지만 밤이 내리고 은은한 조명발을 받기 시작하자 두오모는 뽀샵이라도 한 것처럼 더욱 예쁘고, 

육중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희한하게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칵테일 한 모금이 들어가자 마담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연애 이후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분위기에 흠뻑 취해 촉촉이 젖은 눈이다. 나도 분위기에 취하여 팁을 5유로나 줬다. 

위험하다. 피렌체는 남자에게도 위험하지만, 여자에게는 특히, 더욱, 위험하다. 

딸을 낳는다면 절대 피렌체에는 혼자 여행 보내지 않으리라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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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그랜드투어 -

마지막 날


 

on 06.10.2017


이탈리아에서의 마지막 날, 늦게 일어났다. 

목감기에 걸려 목이 따끔하고 칼칼하다. 예전 서유럽 여행 때에도 감기에 걸렸었는데 나와 유럽은 체질적으로 맞지 않은가 보다.

공항 내 면세구역인 줄 알고 마담이 팔찌를 샀다가 텍스 리펀을 따로 받아야 한다는 안내를 받고 줄 서서 기다렸지만 

결국 비행기 시간 때문에 환급도 못 받았던 사소한 에피소드 빼고는 순탄하였다. 물론 마담에게는 사소하지 않은 일이었다.

 

이스탄불 공항에서 비행기를 바꿔 타고 기나긴 가수면 끝에 한낮의 한국에 도착하였다. 

서울역으로 향하는 공항철도가 편리하고 깨끗하다. 이제는 안 위험하다. 여행이 끝났다.



                                                                                                                                                        글_현준영 / 편집_김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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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On Board 2018 AUT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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