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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컬럼 ‘자운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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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고’ 이야기

 

e65fa32250c28d4f99285fe59827f3e0_1510912161_6369.jpg가장 유명한 한약 외용제, 자운고(紫雲膏)

 

한방 외용제 중에서 가장 유명하면서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처방을 꼽으라면 자운고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한방 의료기관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외용제인 자운고는 

아토피, 건선, 습진, 화상 등 다양한 피부질환에 적용되는 처방입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자운고는 일본에서 외용제 중 유일하게 보험제제로 등록되어 있는 한방 처방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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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무라 제약에서 보험제제로 나오고 있는 처방 번호 501번 자운고. 

현재 국내에서는 한풍제약의 자운고가 품목 허가되어 시판되고 있다.

 

e65fa32250c28d4f99285fe59827f3e0_1510912161_6369.jpg자운고, 도대체 어디서 나온 처방인가

 

자운고는 그 사용 빈도가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그 출전(出典)과 처방 구성에 대해서는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아마 자운고의 처방

구성을 찾기 위해 《동의보감(東醫寶鑑)》과 《방약합편(方藥合編)》 등 여러 가지 서적을 뒤지다가 포기하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자운고는 호마유(胡麻油) 100, 백납(白蠟) 27, 자근(紫根) 10, 당귀(當歸) 10, 돈지(豚脂) 1.8의 비율로 구성된 처방으로, 그 유래는 명대(明代)

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명대 외과 치료의 대가라고 불리는 진실공(陳實功)의 저서 《외과정종(外科正宗, 1617년)》에는 ‘윤기고(潤肌膏)’라는 처방

이 등장합니다. 윤기고는 백독창(白禿瘡)을 치료하는 처방으로 〈백독창 문(門)〉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백독창이란 발에 무좀을 일

으키는 곰팡이 같은 진균이 머리에 감염되어 머리에 종기가 생기고 머리카락이 빠지는 피부병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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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백선에 해당하는 백독창. 

독(禿)은 대머리 독, 따라서 대머리 독수리는

대머리 대머리수리다.

 

     
 

 

[潤肌膏] 潤肌膏內用麻油 紫草 當歸一處投

能搽禿瘡枯槁色, 加之黃蠟效應收, 治禿瘡乾

枯白斑, 作癢發脫.

[윤기고] 윤기고 내에 호마유 자초 당귀를 한데 모아 투약하면 능히 독창의

말라붙은 색을 덮을 수 있으며, 황납을 더한 것의 효과는 응당 수렴하니, 독

창, 건고, 백반이 가려움증을 일으키고 피부를 탈락시키는 것을 치료한다.

 
     

 

위 내용은 백독창 문에 기재된 윤기고에 대한 서술입니다. 일본의 유명한 외과의사인 하나

오카 세이슈(華岡靑洲, 1760~1835)는 이 윤기고에 돼지기름을 더하여 개량한 후 ‘자운고’

라고 명명하였습니다. 하나오카 세이슈가 직접 남긴 저서는 없지만 제자들이 엮은 《춘림헌

고방(春林軒膏方)》에는 자운고(일명 윤기고)가 독창, 건고, 백반, 가려움, 모발탈락, 손발 갈

라짐 등을 치료한다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紫雲, 一名潤肌膏. 禿瘡の乾枯し, 白斑にして痒を為し, 毛髪脱落し, 手足

破裂皸等の症を治す. 香油・当帰・紫根・蜜蝋・マンティカ.右5味,先ず4味を鍋に入れ能よくとけるまで煮て紫根を入れ, 一・二沸してこすべし.然らざれば紫色 を失するなり.

자운, 일명 윤기고, 禿瘡의 건고, 백반의 가려움, 모발탈락, 손발의 튼 살 등의 증상을 치료한다. 향유, 당귀, 자근, 밀랍, 만티

카(비계) 오른쪽 다섯 가지에서 우선 자근을 제외한 네 가지를 냄비에 넣고 잘 녹을 때까지 끓이고, 자근을 넣어 다시 한두 번

끓이고 나서 거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보라색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e65fa32250c28d4f99285fe59827f3e0_1510912153_2284.jpg자운고, 어떻게 만드는 것인가

 

이어서 자운고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더 자세히 설명해보겠습니다. 여기 기재하는 내용은 일본에서 자운고를 만드는 방법을 옮긴 것입니다.

 

e65fa32250c28d4f99285fe59827f3e0_1510913027_5345.jpg<< 자운고 만드는 과정(QR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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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우선 기름을 180도에서 중합(重合)1) 시킵니다. 약 180℃에서 1시간정도 가열하면 기름이 중합됩니다.  

색깔이 예쁜 자운고를 만들기 위해서는 중합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으면 자근의 색이 빠질 수 있습니다. 

물을 한 방울 떨어뜨려 보면 중합이 제대로 되었는지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반 기름에서는 물방울이 퍼지지만 중합이 된 기름의 경우 점도가 높아져서 물방울이 퍼지지 않습니다.

 

② 180℃에서 60℃까지 온도를 낮춘 후에 밀랍과 돈지를 넣습니다. 둘다 금방 녹습니다.

 

③ 이제 당귀 차례입니다. 다시 온도를 끌어올려 120℃에서 당귀를 넣습니다.

당귀를 한 번에 많이 넣게 되면 거품 때문에 넘칠 수 있으므로 조금씩 넣어줍니다. 그렇게 약 20분간 추출해냅니다.


④ 당귀를 추출한 후에는 자근을 투입합니다. 자근의 성분인 아세틸시코닌의 융점이 142도이므로, 온도를 이쯤에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자

근을 넣고 추출해내는 과정에서도 거품이 많이 발생하므로 주의해야합니다. 

자근의 경우 오래 추출할 필요가 없으므로 색이 우러나면 바로 불을 끄십시오.

 

⑤ 이제 식힌 후 반죽을 해야 합니다. 약 80℃까지 식힌 후에 거즈로 거른 후 맑은 자운고액이 담긴 용기를 얼음물에 두고 식혀줍니다. 

한번 굳어지고 난 후에 바로 사용해도 되지만 색과 광택을 위해서 한 번 더 반죽을 해줍니다.

 

 

1) 중합(重合)(polymerization) : 단위체라 불리는 간단한 분자들이 서로 결합하여 거대한 고분자 물질을 만드는 반응

 

 

 

e65fa32250c28d4f99285fe59827f3e0_1510912161_6369.jpg자운고의 임상적 효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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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고는 응용범위가 매우 넓어 습진, 건선, 어린선, 티눈, 손의 굳은살, 여드름, 농가진, 

원형탈모, 수포, 사마귀, 백선, 튼 살, 땀띠, 옻독, 액취증, 백전풍(白癜風) 등 수많은 피부질환에 처방됩니다.
이 외에도 절창,찰과상, 타박상 등 각종 외상과 동상, 욕창, 화상, 벌레 물린데, 각종 궤양, 치핵, 치루, 탈항,

미만 등 다양한 외과적 질환에도 사용되는데, 피부외과와 관련된 거의 모든 질환에 적용된다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의 처방입니다.

 

자운고의 목표는 다양한 피부질환 및 외과 질환에서 피부의 건조를 억제하고,

궤양과 증식성 피부이상을 방지하며, 배농이나 가려움을 치료하는 것입니다.

최근 일본에서 자운고를 활용하여 연구가 진행되는 질환에는 치질 및 항문의 미란과 열상,

욕창, 암 환자의 방사선 치료 후 발생하는 방사선 피부염 등이 있습니다.

 

물론 자운고에도 적응 금기증이 있습니다. 자운고에 과민반응이 있었던 환자나 중도의 열상, 외상이 있는 환자,

화농성 창상으로 고열이 있는 환자, 환부의 습윤과 미란이 너무 심한 환자 등에게는 자운고를 함부로 도포해서는 안 됩니다.
또 자운고의 독특한 색과 향으로 인해 거부감을 느끼는 환자들이 생길 수 있으므로 사전에 고지해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e65fa32250c28d4f99285fe59827f3e0_1510912161_6369.jpg자운고의 약재들은 각각 어떤 역할을 할까

 

자운고의 처방 구성은 대부분이 참기름, 즉 호마유이며, 이외에 당귀, 자근, 밀랍, 돈지로 이루어진 비교적 단순한 구성의 처방입니다. 이 다섯

가지 약재를 베이스로 하여 한국에서는 감초(甘草), 백선피(白鮮皮), 백지(白芷), 황련(黃連), 황백(黃柏) 등 

피부질환에 효과적인 약재들을 가감하여 처방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원외탕전실마다 자운고의 약물 구성이 조금씩 다른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호마유 특유의 향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자 올리브유나 다른 기름 종류로 대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변방(變方)이 존재하는 자운고이지만 자근, 당귀, 밀랍은 꼭 빠지지 않고 들어갑니다. 

따라서 약재들의 역할에서는 이 세 가지를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자근, 그러니까 자초(紫草)는 자운고의 군약(君藥)이며 양혈(凉血), 해독(解毒), 투진(透疹), 청윤(淸潤)의 작용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자근 전탕액(煎湯液)을 복용하여 마진(麻疹)의 예방과 치료에 응용하기도 했습니다.

 

자근에는 shikonin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이 shikonin은 항균작용, 항염증작용, 항종양작용 등이 있으며, 최근 shikonin의 항HIV 바이러스 작용 역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소 도포 시에는 모세혈관 투과성 항진 및 부종 억제 효과, 육아 증식 작용을 가지고, 경구 투여 시에도 상처 치유 및 항염증작용이 

나타난다는 것이 동물 실험에서 밝혀졌습니다. 또한 자초 추출물은 NF-kB와 히스타민의 분비를 억제하여

비만세포가 유도한 염증성 알레르기 반응을 저해한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자초의 창상 치유와 피부 재생 효과는 구성 성분 중 acetylshikonin의 naphthoquinone핵 α에 있는

OH와 O가 산화환원 반응의 촉매로 작용하여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자운고의 구성 약물 중 당귀는 예전부터 윤조(潤燥), 보혈(補血), 화혈(和血)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험적으로는 진통(falcarindiol, falcarinolone) 및 항염증 작용(β-sitosterol-Dglucoside),인터페론 유발 활성 작용 등의 면역반응 증가,
항보체활성(arabinogalactan, pectin) 등의 효과가 있어 상처의 치유와 소독에 효과적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처방 유래가 중국과 일본인만큼 일당귀를 사용하는 것이 방의(方義)에 적합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백밀랍은 황밀랍, 황랍을 표백한 것으로 벌집에서 정제한 것입니다.

예부터 부패 방지를 위한 코팅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어 왔던 밀랍은 연고를 만들 때 녹는점을 높이기 위해 사용됩니다.

최근 밀랍의 항생작용이 각광받고 있어 무좀과 상처 치료 및 피부 미용을 위한 마사지 재료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자운고의 호마유나 여타 기름 종류들은 과거 보습제가 별로 없던 시절 피부 보습을 위해 가미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Who is

하나오카 세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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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고를 창방한 하나오카 세이슈는 일본에서 의성으로 추앙받는 인물입니다.

두드러기 처방으로 유명한 십미패독산(十味敗毒散)은 바로 이 하나오카 세이슈가 창방한 처방이죠.

 

에도 후기의 외과의사 하나오카 세이슈에게는 두 명의 스승이 있었습니다.

한 명은 야마토 켄류(大和見立)이며, 또 한 명은 요시마스 난가이(吉益南涯)입니다.

요시마스 난가이는 요시마스 토도(吉益東洞)의 아들인데, 우리나라에서도 고방(古方)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들어보았을 만한 이름이죠. 

하나오카 세이슈는 요시마스 난가이에게서는 한의학을 배웠으며, 야마토 켄류에게서는 네덜란드에서 전파된 외과학을 배웠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하나오카 세이슈는 소위 양·한방에 대해 많은 지식을 쌓고 두 가지를 융합하여 큰 성과를 나타냅니다.

 

‘일본의 화타(華陀)’라고도 불리는 그의 가장 유명한 업적은 바로 세계 최초로 유방암 수술을 실시한 것입니다

하나오카 세이슈는 만드라고라2), 초오두, 백지, 당귀, 천오, 천남성 등의 약재로 경구마취제인 마비산(麻沸散)을 이용해 유방암 수술을 실시하였는데, 

이 에피소드는 《하나오카 세이슈의 아내》라는 소설과 영화에서도 각색되었습니다. 이외에도 관절수술, 요로결석적출술 등 다양한 수술을 실시했습니다.3)

 

 

2) 영어명 맨드레이크(mandrake), 남부 유럽과 지중해 인근 연안에서 자생하는 가

짓과 맨드레이크속의 식물로 만드라고라, 맨드라케, 만다라케, 만다라화 등으로

불린다. 뿌리부분 모양새가 사람의 하체를 연상시키는 모습이라 꽤 오래 전부터

종교나 마법적인 의식에서 사용된 식물이다.

3) 자세한 이야기는 십미패독산을 소재로 다룬 ‘니들은 욕을 해야 알아먹어!!’ 코너에

서 확인하세요.

 

 

 

참고문헌

1. Staniforth V, Wang SY, Shyur LF, Yang NS. Shikonins,phytocompounds from Lithospermum erythrorhizon, inhibit the

transcriptional activation of human tumor necrosis factor alphapromoter in vivo. J Biol Chem. 2004 ; 279(7) : 5877-85.

2. Kim EK, Kim EY, Moon PD et al. Lithospermi radix extract inhibits histamine release and production of inflammatory cytokine in mast

cells. Biosci Biotechnol Biochem. 2007 ; 71(12) : 2886-92.

3. 강순아, 오명숙, 김도림 등. 당귀(當歸)와 황기의 배합 변화가 DPPH 자유기 소거에 미치는 영향 연구. 대한본초학회지. 2006 ; 21(1) : 17-24.

4. 김정화, 김철희, 김효성 등. 복분자와 당귀 열수추출물의 마우스를 이용한 항암 및 항스트레스 효과. 한국약용작물학회지. 2006 ; 14(4) : 206-11.

5. 박종희, 이유진, 권성재. 한국산 당귀의 생약학적 연구. 생약학회지. 2005 ;36(2) : 141-4.

 

출처 - On Board 2017 SPRING ‘자운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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