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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컬럼 ‘다정(多情)한 침 치료’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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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초 아이누리 한의원

황만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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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나랜스

Homo Narr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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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多情)한 침 치료’를 말하다

 

어린아이들에 대한 일반 자침(刺鍼) 노하우

 

봄이다. 새롭고 활기찬 마음으로 무엇인가를 시작하고 싶은 계절의 여왕 봄이 왔다. 

한번 곰곰이 돌이켜보자. 우리의 봄날은 과연 언제였던가? 미래에 대한 가능성은 활짝 열려 있었고, 오로지 스스로의 발전과 행복을 위해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주위 사람들에게도커다란 기쁨을 주었던 시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인생의 봄날은 어린 시절로 기억될 것이다. 파릇파릇한 새싹이 태양을 향해 움트는 것처럼 대지를 박차고 피어오르던 그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닐 만한 연령대의 이런 어린아이들(만 3~6세)이 보다 밝고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피어오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우리 한의사들의 임무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있어 병원은 언제나 두려움의 장소다. 이들을 대상으로 일반 호침(毫鍼)1) 치료를 시행할 때, 그 기억이 무섭기보다는 왠지 친밀하고, 또 뭔가 뿌듯하며, 조만간 다시 경험하고싶을 만한 즐거운 추억으로 만들 수 있는 진료 노하우가 혹시 그 누군가에게는 있지 않을까? 이는 16년 전 필자의 고민이기도 하였다. 지금도 어린아이들에 대한 ‘다정(多情)한 침 치료’를 고민하고 있는 후배님들이 분명히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어린이들(만 3~6세)에 대한 자침(일반 호침) 노하우’를 전격 공개해 보기로 한다

 

01시술자의 마음가짐

 

시술자의 마음가짐 문제를 거론하기에 앞서, 우선 다음의 글을 한번 살펴보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행된 논문 〈외국의 한의과대학과 우리나라 한의과대학의 학제 비교 연구〉에서 발췌한 글의 일부이다.


“1945년 종전(終戰)과 함께 시작된 일본에서의 맥아더(Douglas MacArthur) 군정(軍政)은, 침구(鍼灸) 시술을 야만적이라는 이유로 금지시켰다. 

이것은 전쟁 시기에 미군 포로수용소에 수용된 일본 군인들이, 의약품이 부족한 가운데 침구(鍼灸) 시술로 질병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고, 

이를 고문(拷問, torture)의 일종으로 간주하면서, 시술한 일본 군인들을 전범(戰犯)으로 처단한 사례에 기인한다. 

일본의 침구사들은, 이러한 미군의 금지 조치에 항의하면서, 전국적인 반대 캠페인을 전개하였다. 

이들의 운동에 대하여 몇몇의 일본 의학 연구자들이 침구 치료의 과학적 효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하여 주었다. 

그 결과, 맥아더 정부는 일본에서의 침구 금지 조치를 철회하게 되었다.”

 

왜 이 글을 인용했는지 혹시 짐작이 되는가?


필자가 만 3세 전후의 어린아이들에게도 일반 호침 치료를 열심히 시행한다고 얘기하면, 상당수의 동료분들이 필자에게 우려의 말을 전한다.


‘왜 굳이 그렇게 (서로) 힘들게 호침 치료를 아이들에게 고집하느냐’, 

‘예민한 아이들이 오히려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우수한 한의학 치료에 대해서 원초적 거부감을 가지지나 않을까 싶다’, ‘어린아이들에게는 분구

침술(자석침)이나 소아침 또는 도르레침이나 레이저 침술 등과 같은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어떠냐?’ ……

 

맥아더 군정의 시선과 흡사하게, 호침 자침의 과정이 어린아이들에게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유발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의 말로 이해되었다.

 

하지만 일정한 자침 요령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일반 호침 치료를 적용했을 때에는, 

아이들에게 신체적 또는 심리적 불쾌감이나 고통을 거의 혹은 전혀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분구침술이나 소아침 등에 비해 뛰어난 치료 효과를 발휘하게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침 시술이 별로 아프지 않다는 것을 신기하게 여기며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키운다. 

부모님들과 가족들(특히 할아버지와 할머니) 역시 아이를 대견하게 여기며 만족감을 느끼는데, 이는 결국 침 시술 담당자인 우리 원장님들에 대한 

신뢰 강화 및 한의원 브랜드 상승으로까지 이어질 개연성이 매우 크다. 그러니 마음가짐을 다음과 같이 가져보자.

 

어린아이들에 대한 일반 호침! 시술자 입장에서는 적용이 그다지 어렵지않고. 임상적 치료 효과도 기타 소아 침에 비해 훨씬 뛰어나다!

 

아이 입장에서도 충분히 재미있고, 고통 없이 받을만한 시술이며, 시술 후에는 칭찬과 박수갈채가 쏟아져서 기분 좋아지는 것.

 

부모 입장에서는 ‘그동안 참 여러 가지로 어려웠지만 우리가 아이를 참 잘 키워왔구나’ 하는 뿌듯한 마음이 느껴지게 하는 것.

 

게다가 부모님들의 입소문을 통해 한의학적 치료 혜택이 더 널리 퍼질가능성까지 높아지니, 

그야말로 WIN(의료인)-WIN(환자)-WIN(보호자)-WIN(지역사회)이다. 어찌 소아에게 호침 치료를 시행하지 않으랴!

 

1) 필자가 만 3~6세 정도의 어린아이들에게 주로 적용하는 호침 규격은 0.20×30㎜ 사이즈이다. 아이의 감수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5~10분 정도의 유침(留鍼) 이후 발침(拔鍼)하게 된다. 병증 패턴과 병증 심각도 등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필자가 아이들에게 흔히 자침하는 경혈(經穴)은, 상성(上星), 인

당(印堂), 태양(太陽), 영향(迎香), 곡지(曲池), 족삼리(足三里), 상거허(上巨虛), 하거허(下巨虛), 음릉천(陰陵泉), 양릉천(陽陵泉), 중완(中脘), 

관원(關元), 천추(天樞) 등이다. 보통 총 5회 방문 이내에 총 20~30개까지 자침한다. 

단, 영수보사법(迎隨補瀉法)이나 염전보사법(捻轉補瀉法) 등은 시행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는 절대 심자(深刺)하지 않도록 한다.

 

 

02

무대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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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어떤 세부적 준비와 절차를 통해서, 어린아이들(만3~6세)에 대한 자연스러운 일반 호침 시술이 가능해질까?

 

1. 우선 아이들이 베드에 누워있을 때, 그 자세에서 편안하게 애니메이션을 시청할 수 있는 인테리어 구조를 만들어 보자.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하드웨어가 미리 세팅되어 있다면 시술자가 보다 수월하게 침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2. 침구 치료실 입구에 일반 호침 치료를 의젓하게 잘 받고 있는 어린아이들의 최신 사진을 되도록 많이 게시해 놓자.

 

안심 효과와 함께 ‘나라고 못할쏘냐?’하는 ‘모델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평소 예민하고 겁 많던 우리 아이가 침 치료를 잘 받을 수있을까 하고 

걱정스럽고 불안하게 생각하던 부모님들도 시술자에게 매우 협조적인 태도로 변한다.

 

‘우리 아이라고 못할쏘냐?’

 

03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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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아이와 함께 ‘유니콘(Unicorn) 변신 마술놀이’ 시작이다.

 

상남자 스타일이거나 아직 가정 내 육아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손발이 살짝 오글거린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임상적 치료 효과 및 부모님의 만족도 향상, 그리고 시술자에 대한 신뢰감 상승 등을 고려하여 적극적으로 진행해 볼 것을 권한다.

 

우선 아이에게 전달할 멘트와 수반 행동은 다음과 같다. 시술자 각자의 스타일에 맞게 각색하여, 반복 연습하도록 해보자.

 

“선생님이 오늘 우리 길동이한테 마술놀이를 한번 해 줄 거예요. 짜잔!!” 

 

그렇게 말하면서 일반 호침 1개를 꺼낸다.

 

“선생님이 ‘1초(길~게 발음)’도 안 걸려서, 우리 길동이를 유니콘으로 만들어 주려고 하는데, 우리 길동이는 유니콘이 뭔지 알아요?”

 

아마도 만 3~6세 정도의 아이들 중에서 50%는 안다고 고개를 끄덕거릴 것이고, 50%는 잘 모른다고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아이들이 고개를 가로젓는 경우 옆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시던 어머님들은 

‘왜 몰라. 얼마전에 읽어준 동화책에서 봤잖아?’라고 하며 아이의 기억을 상기시키려 고 노력한다. 자주 보게 되는 광경이다.

 

“맞아요! 유니콘은 머리에 예쁘게 뿔이 달린 멋진 동물인데요, 선생님이 우리 길동이에게 ‘짠~’하고 마술을 부려서 예쁜 유니콘으로 만들어 줄 거예요.”

 

그러면서 아이가 살짝 어리둥절해하고 있는 찰나를 이용해서 상성혈(上星穴)에 자침을 시행하시라.

아마도 그러면 아파서라기보다는 뭔가 당했다는 느낌 때문에 처음에 아이들이 살짝 울 수가 있다. 

이때 바로 엄마와 함께 시술자가 박수를 쳐 주면서 또 왁자지껄하게 환호성을 쳐주면서 칭찬 세례를 퍼붓는다.

 

“어머님, 우리 길동이가 너무너무 착하게 침을 정말 잘 맞았어요. 길동이가 태어나서 처음 침 맞은 이 장면 놓치지 마시고 사진 예쁘게 잘 찍어 가세요. 

그리고 오늘 여러 가족분들과 사진 같이 보시면서 칭찬 많이 많이 해주세요”라고 시끌시끌하게 분위기를 몰아가면, 어머님도 환하게

웃으시면서 아이에게 ‘우리 길동이 너무 용감하다. 멋있다. 이따 침 다 맞고 장난감 사줄게” 등의 멘트를 날리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일반 호침 자침 시행 첫날은 상성혈 1개, 둘째 날은 상성혈과 인당혈(2개), 셋째 날은 상성혈과 인당혈과 태양혈(4개), 

넷째 날은 상성혈, 인당혈, 태양혈, 곡지혈, 족삼리혈(8개) 식으로 ‘2의 배수’로 자침 개수를 늘려 나가면 대부분 호침 침 치료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약간 수선스러울지라도 아이의 정신을 쏙 빼놓는 과장된 행동과 멘트를 계속 이어지도록 하는 게 포인트다.

 

04변통(變通)

 

조금 더 커서 합리적 의사소통이 가능한 아이들의 경우에는 위와는 약간 다른 분위기와 멘트가 필요할 수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유니콘 변신 마술놀이’와 같은 수선스러운 과정 없이도 호침을 꾹 참고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심약한 아이들’(특히 순둥이 스타일의 아이들) 중에는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호침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고, 

‘괄괄한 아이들’ 중에는 정말이지 엄청난 힘으로 호침 치료에 대해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한 때를 대비해서 다음과 같은 ‘합리적 설득 멘트’를 준비할 필요도 있다. 참고하시라.

 

“지금부터 우리 길동이한테 선생님이 침을 한 번 놓아볼 건데요. 침 놓으면 좀 아플 것 같죠?”

 

그러면 대부분의 만 5~6세 이상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거린다.

 

“절~대! 하나도 안 아픈 이유를 선생님이 한번 얘기해 줄게요.”

이때 갑자기, “침이 주사보다 아파요?”라고 질문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 때는 “침은 예방주사나 바늘보다 100배는 더 안 아파요”라고 얘기해 준다.

 

“똑같이 찌르는 것 같은데 왜 침은 하나도 안 아플까요? 

자. 선생님이 침을 한번 보여줄게요. 우리 길동이, 돋보기 알죠, 돋보기? 작은 물체를 크게 보여주는 거 말이에요. 

돋보기로 이 침끝을 크게 확대해서 보면 눈으로는 침끝이 좀 뾰족하게 보여도, 실제 돋보기로 아주 크게 확대해서 보면 침끝이 동글동글해요.”

검지를 약간 세워서 아이 복부나 팔의 측면부를 눌러주면서 “그러니깐 이렇게 주사처럼 푹 찌르면서 몸에 들어가는 게 아니고…”, 

이번에는 손가락의 평평한 살집 부위로 아이의 복부나 팔의 측면부를 지그시 눌러주면서 “이렇게 살살 동글동글 밀면서 들어가니까 하나도 안 아픈 거예요.”

 

“자… 이제 왜 침이 안 아픈지 이해되지? 그럼 제일 안 아픈 머리부터 한 개 맞아볼까요? 

그런데 혹시라도 침을 한 개 맞았는데 조금이라도 아프면 선생님이 바로 빼줄게요. 

그런데 하나도 안 아플 거예요. 그럼 먼저 한 번 해볼까? 짜잔~” 

 

 

05맺는 말

 

오글거림과 민망함을 꾹 참고 여기까지 읽어내려온 독자 여러분, 참으로 대단하다. 

당신은 이제 어린아이들(만 3~6세)에 대해 ‘다정(多情)한 침치료’를 시술할 수 있는 준비가 되었다. 

Learning by Doing! 오늘부터 당장 시도해 보시라.

어린이들에게 일반 호침을 능숙하게 잘 놓는 당신은, 

비록 또래보다 5~10년은 젊어 보이는 동안 외모를 가졌다 하더라도

보호자들에게 아이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엄청난 임상 경험자로 대우받을 것이다.

 

 

‘다정(多情)’은 병이 아닌 ‘힘’이다!


출처 - On Board 2017 SPRING '‘다정(多情)한 침 치료’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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